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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입상한 중국 신인감독 인터뷰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8-02-21

한국 신인감독들의 프리 프로덕션에 놀랐다

우얼쿤 비에커, 롱잉, 왕펑, 궈진보, 한슈아이 감독(왼쪽부터).

“한국 대학 영화과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소망이 생겼다. 어떤 수업을 받기에 이렇게 우수한 감독들을 배출해내는지 궁금하더라.”(궈진보 감독) “한국영화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내가 보는 풍경 속 건물들이 다 영화에 나온 그곳인 것 같아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한국영화 특유의 공간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좋았다.”(한슈아이 감독) 5박6일간의 한국 연수는 재능 있는 신인 중국 감독들에게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CJ문화재단이 제공하는 한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입상한 다섯명의 중국 감독 우얼쿤 비에커·궈진보·왕펑·한슈아이·롱잉을 만나보았다.

-한국 연수 프로그램을 소화 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은.

=왕펑_ 나는 4DX, 스크린X 같은 새로운 상영 방식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중국 사회에서는 일단 신기술이 나오면 이 기술로 어떤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이 기술을 통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을지부터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연수를 통해 보니 한국은 당장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창의적인 도전을 아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멀리 바라본다고 해야 할까. 그것이 한국영화의 발전 동기가 아닌가 싶다.

=궈진보_ 나는 박광현, 조성희 감독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영화계에서 성공했음에도 항상 배우고자 하는 그들의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영화 앞에서 늘 아이같고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니 그들이 존경스러워지더라.

=한슈아이_ 어제 스토리업 피칭(CJ 문화재단, CJ E&M이 기획 개발하는 신인 스토리텔러 피칭 행사)을 참관했는데, 한국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퀄리티가 굉장히 놀라웠다. 중국의 경우에는 신인감독이 피칭할 때 영화의 전반적인 밑그림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장면 정도만 보여준다고 할까. 그런데 한국의 신인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기 전 사전 준비가 대단하더라.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한국에서는 단편영화제가 신인감독들의 등용문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중국은 어떤가.

궈진보_ 친구가 지난 영화제 수상자였다. 그에게서 한국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게 됐다. 중국에도 단편영화제가 많지만 한국처럼 능력 있는 감독들을 발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홍보 수단에 가깝다고 느끼던 차였다. 중국에서 퀄리티 있는 영화제를 꼽자면 시닝 퍼스트청년영화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는 매년 우수한 중국 감독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우얼쿤 비에커_ 상금을 많이 주는 영화제는 중국국제단편영화제(CSFF)다. 가장 큰 상금은 30만위안(5200여만원)이다. 나는 이 영화제에서 대학생 단편영화상(상금 10만위안)을 수상한 적 있다.

왕펑_ 중국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영화제가 그렇게 많지 않다.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제는 궈진보 감독이 말한 시닝 퍼스트청년영화제와 베이징전영학원의 영화제 정도일 것이다. 나 역시 영화제를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규모의 영화제와 비슷한 퀄리티를 지닌다. 높은 퀄리티에 비해 홍보가 좀 덜 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더 많은 중국 감독들이 이 영화제를 알았으면 한다.

한슈아이_ 중국 영화제에서는 상영 퀄리티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CGV라는 상영관을 통해 가장 좋은 퀄리티의 DCP 변환이 가능했다는 거다.

=롱잉_ 나 역시 영화제에 작품을 제출했을 때 5.1 사운드인지 물어봐주어 놀랐다. 연출자로서 관객과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중청년꿈키움영화제를 통해 한국과 중국 관객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제4회 영화제에서 상영된 중국 단편영화를 보니 상업 장편영화 현장에 비견할 법한 스케일을 단편에서 시도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중국 단편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얼쿤 비에커_ 제작 환경이 한국보다 좋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나는 아는 형들의 도움으로 제작비 50%를 마련했고 절반은 여자 친구와 내가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 <구출>(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을 찍는 데 30만위안이 들었는데, 돈을 빌려서라도 이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영화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있었다. 그 결과 지금 100만위안이 넘는 개런티를 받게 되었는데, 영화인이라면 대범한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왕펑_ 감독님의 말대로 단편영화에 대한 투자는 내 미래에 대한 투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중국 단편영화의 제작비가 한국보다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건비 때문인 것 같다. 중국영화 현장에서는 인건비가 점점 오르고 있어 학생의 힘만으로 퀄리티 있는 단편영화를 만드는 게 갈수록 불가능해지고 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작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궈진보_ 중국 감독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작품을 만드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2017년 한 중국 신인감독이 자살을 했다. 생활고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었고, 이 사건은 중국영화계에 큰 영향을 줬다. 나 역시 <막다른 길>을 찍은 다음 7만위안의 빚을 졌다. 이를 놓고 보면 한국이든 중국이든 신인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제작 환경은 그닥 좋지 않은 것 같다.

-영향을 받은 한국 감독, 한국영화가 궁금하다.

우얼쿤 비에커_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황해> <곡성>이다. 특히 <곡성>은 기존 스타일에서 많은 변화를 준 작품으로, 이러한 창의적 변화가 무척 놀라웠다. 나홍진 감독님을 본받아 차기작의 영화 스타일에 변화를 주려 한다.

궈진보_ 김기덕, 이창동, 박찬욱 감독에게 영향을 받았다. 중국 영화인들은 김기덕 감독을 통해 한국영화를 처음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박찬욱 감독에게선 개성적인 영화 스타일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

한슈아이_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중국의 영화과 학생들이 필수로 보는 작품이다. 그 두 작품을 본 뒤 한국영화에 매력을 느껴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 작품은 폭력이 우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왕펑_ 나는 곽재용 감독과 장률 감독에 대해 말하고 싶다. 곽재용 감독은 사실 중국 대중에게 처음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 감독이라 생각한다. 중학생 때 <엽기적인 그녀>를 처음 봤고 이후 여러 번 봤던 기억이 난다. 한국영화에 폭력, 섹스뿐만 아니라 로맨스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준 감독이다. 장률 감독은 조선족 출신이지만 <두만강> 외에 <경주> 등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장률 감독에게는 유머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롱잉_ 이창동 감독과 홍상수 감독을 좋아한다. 이들은 칼을 쓰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법을 아는 연출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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