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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아들의 사고 그리고 아들과 그의 가장 친한 친구
임수연 2018-02-21

미경(배종옥)은 아들 수현(지윤호)이 처음으로 집에 데려온 친구 용준(이원근)이 마음에 든다. 애처럼 어리광을 피우는 아들과 달리 미경의 무거운 짐도 착실하게 들어주고, 툭툭거리던 아들이 엄마 앞에서 수다스러워지게도 만든다. 미경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용준의 엄마를 대신해 사소한 부분까지 그를 챙겨주고, 하나뿐인 아들을 군대에 보내던 날도 함께한다. 하지만 수현이 제대하던 날 수현과 용준은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미경은 아들과 용준이 오랜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의 사고 그리고 아들과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동성애자였다는 이중의 충격이 미경을 짓누른다. 더군다나 식물인간이 된 수현과 달리 용준은 금방 건강을 회복했다. 이제 미경은 용준이 수현의 병실에 조심스러운 얼굴로 찾아오는 것조차 불편하다.

서로 다른 계절이 혼재된 ‘환절기’라는 제목은 극을 지배하는 대비의 이미지와 이어진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가 예정일보다 일찍 나왔다는 점과 연결시키는 보수적인 엄마는, 자유분방하게 게이클럽에서 노는 아들과 저만치 떨어져 있다. 식물인간 상태로 과거에 기억이 멈춘 수현과 막연한 기다림의 시간을 하염없이 쌓아가는 미경과 용준의 갭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플롯 또한 온도 차를 뒷받침하지만, 그 사이를 메우는 연출은 정확한 단서를 주기보다 추측을 유도하며 느릿하게 계절을 혼합시킨다. 예측이 어려운 환절기의 변화처럼 의외의 변곡점을 거친 영화가 정착한 계절은 불분명하며, 보는 이의 해석에 맡긴다. 명필름문화재단에서 만든 영화학교 명필름랩(옛 명필름영화학교)의 1기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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