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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장동건 - 악인의 가면을 쓰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8-03-27

“단숨에 읽었다. 읽고 나서 판권을 알아봤다. 이미 팔렸다고 하더라. (웃음)” 휴양지에서 <7년의 밤>을 읽었다는 장동건은, 그만큼 소설에 매료됐었다고 한다. 오영제라는 ‘영화적’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컸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오영제를 만난 게 다행이지 싶다. 장동건은 그 ‘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나갔다. 늘 ‘장동건’이라는 이미지를 깨는 파격적 시도를 하는 장동건에게도 오영제는 내적, 외적으로 가장 특별한 변신이었다.

-M자 탈모 헤어라인이 개봉 전부터 화제다.

=추창민 감독님이 “동건씨는 가면을 쓰면 좀더 드러나는 사람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내성적인 사람도 가면을 쓰면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면이 있다더라. 변신을 위한 변신보다 뭔가 좀더 끄집어내길 바라셨다. 인물 심리를 설명해주는 소설과 달리 시작하자마자 사건이 발생하니 비주얼적으로 오영제를 설명해줄 강렬한 뭔가가 필요했다.

-헤어스타일이 일종의 가면 역할을 한 건가. 원작의 하얀 피부를 가진 완벽한 남자 오영제를 떠올렸을 때는 선뜻 택하기 힘든 설정처럼 보이는데.

=그런 것 같다. 처음엔 안경을 써보기도 하고 많이 시도했다. 원작의 오영제가 샤프하고 냉랭해 보였다면, 감독님이 이번엔 오히려 사냥꾼 같은 이미지를 원하셨다. 한 지역사회에서 힘이 센, 군림하는 느낌을 주는 인상, 고집 세 보이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 같은 인상을 주려 했다. 그래서 의상에 대해 논의할 때, 사냥꾼이 입는 털코트 같은 것도 입어볼까 했었다.

-원작 외에 참고한 캐릭터나 인물이 있었나.

=감독님과 <폭스캐처> 이야기를 했다. 영화 속 존 듀폰(스티브 카렐)을 보면 키가 작은데도 항상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캐릭터는 다르지만 오영제 역시 실제로 힘이 세다기보다, 저 사람과 엮이기 싫은 분위기를 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등장하는 신 수가 적고, 말수도 없는데 한번 말을 할 때마다 성격을 표출할 수 있도록 접근했다.

-외형만큼이나 오영제라는 인물이 가진 심리도 구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겠다. 오영제는 사고로 딸을 잃기 전 아내를 속박하고 아이를 폭행하던 남자다. 그럼에도 이후 자신이 가족을 사랑했다고 믿고 복수를 행한다. 선뜻 이해받기 힘든 행동을 하는 남자다.

=상식적인 드라마 흐름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아빠가 딸을 잃었을 때의 복수심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악한 사람이 피해자가 돼서 선한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기존 복수극과 뒤집어진 구조의 이야기다. 아이를 학대하던 아빠가 아이를 잃었을 때 그 감정은 뭘까.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해버리면 오히려 접근이 쉬운데, 그렇게 단순하게 악역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결국 복합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릇된 사랑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사랑은 결국 자신의 소유물로서의 소중함 같은 것이었다. 자기가 설계하고 구축하려던 세계를 최현수(류승룡)가 파괴했기 때문에 거기서 복수심이 발동된 것이다.

-들어오는 작품 중 가장 센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역할에 대한 선호가 있는 것 같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결과적으로 그런 역할을 많이 맡게 되더라.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선택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끌리고 재미있으면 하자,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하고 생각한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그런 건 아닌데,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나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진 것 같다. 하고 싶은 역할도 단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장점이 훨씬 큰데도 포기하고 그랬었다.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선택한 영화들이 다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웃음) 돌아보면 경력에 비해 작품 수도 적은 편이고. 나중에 후회 말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 싶다. 그렇다고 억지로 하는 건 아니니까.

-이젠 관심가는 작품이라면 직접 메이드를 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런 영향력도 있고, 부담도 동시에 있을 것 같다.

=부담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어떤 순간 배우로 내가 끌리는 작품이 있는데도, 물리적으로 할 수 없을 때가 올 거다. 여력이 된다면 만들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다. 주변에 배우인 친구, 후배도 많고, 그들에게 내가 잘나서 아는 게 아니라 이미 겪어서 아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

-최근 출연작들의 결과가 저조했던 만큼 결과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번 겪다보니 무뎌지는 것도 있다. (웃음) <7년의 밤>도 10개월간 촬영했고,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고 해도 이 현장에서 1/5은 있었던 거다. 그러니 진심으로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동안 현장에서 고생한 스탭들을 생각하면 이번엔 잘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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