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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나의 아저씨> 로맨스가 아니어도 문제라니까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의 조합. 뒷조사를 해도 깨끗한 남자에게 여자가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설정.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떠올렸다. 주위에 섞여들지 않는 이지안(이지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중년 남자를 엿먹일 수도, 구할 수도 있는 정보력과 영리함도 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와 유사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제목의 온도 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안의 능력은 평범한 아저씨를 재평가하는 데 동원된다.

거칠고 무모하게 살아온 21살 여성에게 발견되어 ‘길가의 들꽃 같은 기분’을 맛보게 될 박동훈(이선균)은 여타 드라마 속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성주인공보다 평범하다. 야망이나 분노도 없고, 때문에 이를 빌미로 타인에게 위력을 행사하거나 무례하게 굴지도 않는다. 마음에 거리낄 일은 일체 하지 않고 자신을 단속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드라마는 박동훈이란 인물을 통해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흔한 아저씨들… (중략)… 그들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라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45살 박동훈은 아저씨라는 호칭 안에 포함되지만, 현실의 아저씨 일반을 박동훈이란 개인으로 수렴할 수는 없다. 기만이다.

<나의 아저씨>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로맨스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서 괜찮은가? 평범한 남자 동훈과 평범 이하인 그 형제들의 재평가를 위해 여성 캐릭터의 처지나 평가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지점부터 착취는 시작된다. 지안이 동훈을 눈여겨보는 동안, 동훈은 한겨울에도 양말을 신지 않은 지안의 시린 발목을 발견한다. 20대 여성의 빈곤이 현실 아저씨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겪는 곤란은 덧붙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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