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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오계옥 2018-04-17

<후아유> <고양이 식당> <식빵 고양이의 비밀> <미남당 사건수첩> <범죄자>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맘때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단순하게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햇빛에, 온도에, 바람에 따라 이렇게 기분이 널을 뛰다니. 날씨가 좋다는 것만으로도, 햇볕이 따스하다는 것만으로도 한껏 마음이 부풀고 보드라워지니 신기한 노릇이다. 봄에는 외출 인파가 늘어나 책 판매는 더 저조하다는데, 해빙기라도 온 듯 4월 북엔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권수의 책들이 꽂혔다. 독특한 세계관의 추리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일본 드라마 <TRICK2>의 각본가 오타 아이(시즌2의 에피소드3에 참여했다)의 첫 장편소설 <범죄자>는 일단 분량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소설집이다. 그러나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처럼 이 소설 역시 사건이 정교하고 밀밀해 몰입을 더한다. 유희경의 새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도 봄과 어울리는 시집이다. 시인의 전작 <오늘 아침 단어>의 쓸쓸한 낭만성을 사랑했던 독자라면 이번 시집 역시 마음을 움직일 시들을 다수 만날 것이다. 따스한 양지에서 몸을 쭉 펴고 잠을 청하는 뚱냥이만큼 평화로운 봄날 풍경도 없다. 인스타그램의 ‘뚱냥이 그림’으로 유명한 최봉수 작가의 <고양이 식당> <식빵 고양이의 비밀>도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귀여운 뚱냥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고롱고롱’하는 고양이 소리가 자동 재생된다. 빠른 속도감으로 술술 읽힐 코지 미스터리 소설 <미남당 사건수첩>은 문장이 영상화되는 시각적인 소설이다.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통통 튀는 주인공 설정이 신선하다. 인문 에세이 <후아유>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 짓기와 구획 나눔이 곧 우리 안의 차별을 내재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주민을 연구하던 저자가 영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의 엄마가 되어 체감한 차별에 대해 담담히 서술한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느꼈던 소외감을 개인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한 지점들이 공감을 넘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온다. 독서 체험이 가장 짜릿한 순간은 책 한권으로 인해 새로운 시각을 만나고 나의 세계관이 넓어지는 것을 발견할 때일 것이다. <후아유>를 읽는 동안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익숙한 세계가 한층 더 확장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