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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바다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김소미 2018-04-18

세월호가 인천항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던 그날에 관해 오로지 출발부터 침몰까지의 여정에만 집중하는 다큐멘터리다. 핵심 자료는 당시 정부가 첫 번째 공식 증거로 내놓은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의 항해 정보가 자동 원격으로 인식된 기록이다. 영화는 2016년 1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공개한 바 있는, 고의 침몰 가설을 향해 촘촘히 다가가는 과정을 담았다. AIS와 최초 목격자인 유조선 두라에이스호 선장의 진술 그리고 해군이 발표한 항적도를 세 가지 주축 삼아 사고 시점과 지점, 항로와 속도, 기울기와 회전 방향 등 서로 어긋나는 정보들을 재배열하기 시작한다. 생존자 및 유가족들의 인터뷰와 실제 현장을 담은 기록물들, 애니메이션과 CG를 통한 재연 장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결과 <그날, 바다>는 급격한 우회전과 화물 쏠림이라는 정부 발표나 화물의 과대 적재 혹은 그 종류에 집중해 관심을 받은 공중파 방송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고 원인을 제시한다.

고의 침몰설을 넘어 그 “의도”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 다다르면 바통은 관객에게 넘겨진다. 역사적 책임감을 잊지 않는 시민들의 도움닫기야말로 영화 바깥에 존재하는 여전한 의문들을 풀 수 있는 길임을 호소하는 마무리다. 한편 진실을 향한 모든 노력이 고귀한 것과는 별개로 참사 피해자들의 생전 모습을 스크린에 재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엄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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