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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⑥] 한국 호러영화 흥행사, <여고괴담>에서 <곤지암> 이전까지
임수연 2018-04-23

K공포, 다시 도약하다

관객수 26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 된 <곤지암>이 나오기 직전까지, 한국 호러영화계에는 굴곡이 많았다. 여름 시즌에만 6편의 공포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던 전성기가 있던 반면, 아예 한편도 개봉하지 않은 해도 있었다. 편당 평균 관객수가 100만명을 넘던 시절도 있었던 반면 2015년에는 2만명을 조금 넘기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중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업계에 대한 산업적 분석이 어떤 장르가 인기를 얻는, 혹은 외면받는 결정적인 이유를 보여주는 중요한 데이터가 되는 이유다. ‘학교 괴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5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기획이 된 <여고괴담>이 개봉한 1998년부터 <곤지암>이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던 2017년까지 한국 호러영화 흥행의 역사를 분석해보았다.

도약기(1998~2002)

<여고괴담>에서 <>까지

이전에도 학원물이나 호러영화는 존재했지만, ‘학교 괴담’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이들을 접목시킨 것은 <여고괴담>이 시작이었다. <여고괴담>은 당시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가장 흥행한 공포영화가 됐고(입장권통합전산망 정착 이전 추정치), 이듬해 그 후속편이었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999), 일본판의 리메이크로 화제였던 <>(1999), 코미디와 호러를 접목시킨 <자귀모>(1999) 등이 개봉하며 시장이 확장됐다. <하피>(2000), <찍히면 죽는다>(2000), <소름>(2001) 등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잠시 시장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안병기 감독의 <가위> (2000), <>(2002) 등이 흥행하며 한국 호러영화 시장의 기반을 다졌다.

전성기(2003~07)

<장화, 홍련>에서 <기담>까지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올드보이>…. 모두가 입을 모아 한국영화 최고 전성기였다고 평가하던 2003년은 한국 호러영화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흥행 스코어는 물론 질적인 완성도 면에서도 이전보다 훌쩍 성장했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은 당시 한국영화 개봉 스코어 신기록을 세웠고, 관객수 314만명을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역대 한국 호러영화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흥행 타율도 최고조에 다다랐다.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2003)이 178만 관객을 모으며 전편의 흥행 실패를 만회했고, <>(2004)이 110만명, <알포인트>(2004)가 169만명, <분홍신>(2006)이 137만명, <아랑>(2006)이 112만명, <궁녀>(2007)가 144만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들만큼의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거울속으로>(2003), <4인용 식탁>(2003), <쓰리 몬스터>(2003), <기담>(2007) 등 다양한 소재와 개성을 가진 작품이 제작되며 영화계가 풍성했던 시기였다.

하강기(2008~10)

<고死: 피의 중간고사>에서 <고死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까지

수치만 놓고 보면 2008년이 호러영화계의 암흑기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수 163만명을 기록한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의 깜짝 흥행 이후 ‘한철 장사’ 식의 기획이 업계를 망치기 시작했다. <여고괴담5>(2009), <4교시 추리영역>(2009) 등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가 연이어 만들어졌지만 모두 평단의 혹평은 물론 흥행에도 처참하게 실패했다. <기담> <곤지암>의 정범식 감독은 “모든 영화는 이전 작품의 후광을 입거나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 답습하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실패하고, 실패하니까 예산이 줄어들고, 예산이 줄어드니까 스타 캐스팅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영화시장의 스타 캐스팅 의존도가 높은데, 덜 알려진 배우들과 영화를 찍으면 또 실패해서 예산이 더 줄어든다”고 침체기의 악순환을 설명했다. 전편의 깜짝 흥행에 힘입어 또 한번 제작된 <고死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은 작품 면에서 엄청난 혹평을 받고 관객수도 전작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침체기(2011~13)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에서 <더 웹툰: 예고살인>까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변승욱 감독이 연출하고 박민영이 주연을 맡은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2011), 평단에서 좋은 평을 받아온 김곡·김선 감독이 연출하고 티아라의 은정이 주연을 맡은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등이 연이어 개봉했다. 하지만 각각 67만, 79만명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이 시장을 다시 부활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옴니버스 호러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가 출범했지만 1편은 33만명, 2편은 50만명 정도의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계속되는 호러영화의 실패 속에 그나마 <더 웹툰: 예고살인>(2013)이 120만명 정도의 관객을 기록했다. 정범식 감 독은 “투자·배급·제작사에서 호러영화 관객수 120만명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매일 들었다”고 전했다. 호러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의 흥행성적에 대한 기준점이 설정되던 시기인 셈이다.

역대 최악의 암흑기(2014~17)

<소녀괴담>에서 <곤지암> 이전까지

48만명. 최근 4년간 호러영화 중 가장 ‘성공한’ <소녀괴담>(2014)이 기록한 관객수다. 다른 영화는 이 정도 스코어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편당 관객수가 10만명 전후로 떨어지면서, 제작 편수도 1년에 5편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한국 호러영화의 명맥을 이어오던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는 3편 관객수가 10만명도 되지 않았고, 이는 시리즈 중 최저 성적에 해당한다. <곤지암>이 제작되던 2017년에는 아예 이렇다 할 한국 호러영화가 단 한편도 개봉되지 않을 만큼 역대 최악의 암흑기를 맞이했다.

역대 호러영화 흥행 순위 이미지 각주_ 공포(호러)영화의 기준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의 분류를 따랐다. 단, <퇴마록>(1998), <귀신이 산다>(2004), <삼거리극장> (2006), <박쥐>(2009), <오싹한 연애>(2011), <점쟁이들>(2012), <연가시> (2012), <손님>(2015) 등은 공포영화로 지칭하기에는 다른 장르적 색깔이 강하기 때문에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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