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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피엔드> <사이몬과 타다 타카시> 外
김성훈 2018-05-02

<씨네21> 기자들이 가려뽑은 추천작 20편

<아직 끝나지 않았다>

Custody 자비에 르그랑 / 프랑스 / 2017년 / 90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부모의 양육권 다툼에서 희생양은 언제나 아이다. 법이 아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은 자신의 아버지(데니스 메노쳇)를 ‘그 사람’이라 부른다. 그 사람은 엄마(리아 드러커)를 괴롭히는 걸 일삼는다고 한다. ‘아빠’도 아니라고 한다. 엄마가 그 사람과 이혼해 기쁘다고 한다. 그 사람을 영영 보지 않아도 되고, 올해 18살인 누나도 더이상 아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고 한다. 좋은 이유는 못되지만 엄마와 누나를 혼자 둘 수 없어 같이 살아야 된다고 한다. 줄리앙의 진솔한 진술서가 부부폭력의 피해자인 엄마 미리암과 못난 아빠 안토니의 양육권 공판을 열면서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시작된다.

아빠를 거부하는 아이의 의사가 분명한 반면 줄리앙의 양육권을 둘러싼 심리는 매우 치열하다. 미리암쪽은 남편이 첫째딸 조세핀을 폭행한 증거를 제출하며 안토니가 아빠 자격이 없음을 주장한다. 안토니쪽은 ‘안토니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자식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안토니)를 공갈협박범으로 모는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양쪽의 심리 내용을 살펴보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치열한 양육권 다툼을 중계하는 데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예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이후 이야기를 줄리앙의 눈에 비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사람이란 무릇 법정에서 보여준 순한 양 같은 면모만 가진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섬세하게 구축된 안토니 덕분에 영화는 법정 드라마에서 시작돼 사회 드라마를 거쳐 쫄깃쫄깃한 스릴러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이 어렵지만, 마지막 시퀀스는 매우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에 해당되는 은사자상과 신인감독상에 해당되는 미래 사자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해피엔드>

Happy End 미하엘 하네케 /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 2017년 / 107분 / 마스터즈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가 이끄는 로랑 가문은 프랑스 칼레 지역에 큰 땅을 소유하고 있다. 칼레는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는 항구도시다. 조르주의 딸 안느(이자벨 위페르)는 집안을 잘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성격이 삐딱한 아들 피에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르주의 아들 토마스는 아내와 자식을 신경 쓰지 않고 여러 여자들을 만난다. 아내가 약물중독에 시달리게 되자 13살짜리 딸 이브를 떠안게 된다. 어느 날 가문이 진행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미하엘 하네케가 전작 <아무르>(2012)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영화 <해피엔드>는 상류층 가정 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그들의 위선을 들추어낸다. 토마스는 가사도우미를 이민자로 고용해 “노예”라고 부르고, 안느는 키우고 있는 대형견이 가사도우미의 딸을 물자 “심각한 상처도 아니”라고 초콜릿을 주며 그 상황을 넘기려고 한다. 가족에게조차 위선으로 대하고 누구와도 진심 어린 교감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 반면, SNS 세계에서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제목마저 역설적인 이 영화는 가식적인 인간성을 꼬집으며 관객의 윤리의식을 뒤흔든다.

<사이몬과 타다 타카시>

Simon & Tada Takashi 오다 마나부 / 일본 / 84분 / 2017년 / 84분 / 국제경쟁

감수성이 풍부한 사이몬(사카모토 카즈키)과 둔감하고 무심한 타카시(스가 겐타), 두 청년은 같은 공고를 다니는 친구 사이다. 타카시는 매번 다른 여성들과 사랑에 빠지지만 관계를 이어가는 데 실패한다. 그때마다 사이몬을 찾아가 연애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한다. 사이몬이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타카시는 남자밖에 없는 고등학교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운명의 여자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사이몬도 그를 따라간다. 이 영화는 사이몬과 타카시 두 동성친구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혈기왕성한 둘은 마음만 앞서고 감정표현이 서툴다. 영화는 누구나 사춘기 때 한번쯤 겪은 사연을 때로는 뻔뻔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펼쳐낸다. SF 판타지 설정이 등장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세련된 컴퓨터그래픽 대신 B급 정서가 충만한 특수효과로 연출됐는데, 꽤 귀엽다.

<리버스 엣지>

River’s Edge 유키사다 이사오 / 일본 / 2018년 / 118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공유하는 건 연대의 표시다. <리버스 엣지>에서 야마다(요시자와 료), 하루나(니카이도 후미), 코즈에(스미레) 등 고민이 많고, 불안한 청춘들은 같은 것을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야마다는 게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아이들로부터 따돌림과 폭행을 당한다. 야마다를 괴롭히는 칸논 자키의 여자친구인 하루나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야마다를 구해준다. 야마다는 하루나를 강변으로 데려가 자신만 알고 있는 시체를 보여준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모델 코즈에 또한 정체불명의 시체를 알고 있다. 그가 야마다와 하루나 앞에 나타나고 세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만화가 오카자키 교코가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세 청춘의 연대를 통해 ‘현실이 어두워도 살아가야 한다’는 희망을 강조한다.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이다.

<네이팜>

Napalm 클로드 란즈만 / 프랑스 / 2017년 / 100분 / 마스터즈

네이팜탄은 한국전쟁 때 투하된 무시무시한 폭탄이다. <쇼아>를 연출했던 클로드 란즈만 감독의 <네이팜>은 제목처럼 살상무기 원료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영화 초반에는 이 폭탄때문에 북한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가 잠깐 나오지만 영화는 란즈만이 1958년 유럽 방북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에 갔다가 그곳에서 북한 간호사와 불꽃 튀는 사랑을 나눈 일화를 다룬다. 북한 체류 과정에서 건강에 이상신호가 오자 김금선이라는 이름의 간호사가 비타민제를 주사하기 위해 매일 그의 호텔 방으로 왔다. 그때부터 그들의 사랑은 폭탄처럼 불타올랐다. 당시 북한에서 외국인과의 교제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헤어진 뒤 지금까지 소식을 모른 채 지내다가 지난 2016년 태권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핑계를 대고 평양을 다시 방문해 추억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가 <네이팜>이다. 태권도 홍보영화를 빙자한 옛사랑 추억담인 셈인데 그가 직접 전하는 추억이 무척 아련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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