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TVIEW] <슈츠> 대화가 오고 가야 재밌는데…

법률가가 주연인 드라마들은 종종 정의의 여신 디케에 관해 ‘썰’을 푼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KBS2 <슈츠>는 디케 대신 기회의 신 카이로스를 내밀었다. 디케처럼 저울과 칼을 들었지만 카이로스의 그것은 재판으로 가기 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변호사가 갖춰야 할 협상의 기술을 은유하는 데 쓰인다. 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사인을 받아내기까지의 지루함을 피하려면 오고 가는 말 사이의 긴장이 팽팽해야 한다. 원작인 미국 <USA Network>에서 방영된 드라마 <슈츠>가 그렇다. 고가의 맞춤 슈트를 입은 자신만만한 시니어 변호사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트) 역의 최강석(장동건)과 저렴한 슈트를 어색하게 걸친 어소시에이트 마이크 로스(패트릭 J. 애덤스) 역의 고연우(박형식)의 외견만큼은 원작이 부럽지 않다. 친구의 마약 거래를 돕다가 우연히 변호사 면접 자리에 뛰어든 마이크가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하비의 눈에 들게 된 과정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영락없는 ‘한드’식이다. 일례로 하비가 양복을 사입으라고 자신의 단골 테일러 숍을 알려준다면, 강석은 옷 사입으라고 카드를 쥐어주는 인물이다. 일종의 후원자에게 간절함을 어필해서 기회를 얻은 연우는 강석과 심리싸움이 힘든 입장에 놓이게 된다. 원작의 핑퐁 랠리 같던 대화가 리메이크 <슈츠>에 와서는 주도권을 쥔 쪽이 거듭해서 날리는 회심의 서브가 되어버렸다. 선배 변호사가, 사회 초년생에게, 온갖 비유를 섞어서! 지루하지 않기가 어렵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