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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김용완 감독 - 마동석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8-05-10

<챔피언>(2018)은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그의 손을 잡아주는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다. 김용완 감독은 ‘마동석이 팔씨름하는 영화’라는 한줄 컨셉을 웃음과 감동이 버무러진 훈훈한 가족영화로 발전시켰다. “사람들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 극장을 나왔을 때 행복한 마음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챔피언>엔 김용완 감독의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편 <이 별에 필요한>(2013), <리턴매치>(2013), 웹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2015), <연애세포>(2014) 등을 만들고 장편 데뷔작 <챔피언>을 선보인 김용완 감독을 만났다.

-한주 먼저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극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모두가 피해 가고 싶은 강력한 영화인데…. (웃음) 어쨌든 <챔피언>은 결이 많이 다른 영화니까,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동석 활용법의 정석을 보여주는 영화다. 마동석이라는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었나.

=<챔피언>은 팔씨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동석 배우의 강렬한 의지와 꿈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 그렇게 ‘마동석이 팔씨름하는 영화’로 시작했다. 대중이 원하는 마동석의 모습은 든든한 내 편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마동석 같은 사람이 내 친구고, 내 가족이고, 친한 형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런데 마동석 배우와 친해지면서 알게 된 건 그가 굉장히 스마트하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다. 그리고 역경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기까지 왔더라.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게 되니, 그 과정에서 참 외로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이 가진 마동석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마크라는 인물, 마동석이라는 사람의 손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썼다.

-특정 배우에 맞춤한 기획영화로 시작했지만 감독으로선 마동석만 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을 것 같다.

=마동석만 보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익숙한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마동석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나 선입견을 깼으면 했다. 예를 들면 그가 액션에만 능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섬세한 면도 많고 따뜻하고 감정 연기도 정말 잘하는 배우라는 것. 눈물 연기를 스스로도 어색해했지만, 그런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 더불어 마크뿐만 아니라 진기(권율)와 수진(한예리)과 아이들을 포함해서 주변 인물들에게도 공을 많이 들였다. 진기에게는 나를 많이 투영했던 것 같다. 진기는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캐릭터인데, 살면서 그런 선택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지 않나. 겉으론 밝아 보이지만 내면엔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수진을 통해서는 싱글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최근에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나 잘 알게 됐다. (웃음) 거기에 수진의 아들딸로 나오는 최승훈, 옥예린 두 아역배우도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사랑스러움을 참 잘 소화해줬다. 다양한 인물들에게 고르게 애정을 쏟으려 했다.

-스포츠영화로서의 재미, 가족영화로서의 감동을 모두 잡는 게 목표였나.

=처음엔 팔씨름 영화를 만들자고 했을 때 ‘이거 재밌겠다’ 하는 마음으로 쉽게 접근했다. 그런데 마동석 배우를 만나고, 팔씨름 선수들을 만나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대한팔씨름연맹과 선수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팔씨름이라는 종목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대단하더라. 이 영화를 통해서 팔씨름도 스포츠라는 걸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됐다. 더불어 팔씨름만 부각되면 관객이 이 영화를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전 세대가 다 같이 좋아할 수 있는 선물세트 같은 영화를 만들려 했다. 코미디도 있고 감동도 있고 메시지도 있는, 선물세트 같은 가족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내게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마크의 팔씨름 결승 장면이 아니다. 결승전 무대에 오르기까지 마크의 손을 잡아준 사람들, 마크가 손을 잡아준 사람들, 그 관계와 마음과 시간을 회상하는 순간이 내게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다.

-손을 잡는다는 것의 다양한 의미를 활용한다.

=팔씨름을 하려면 먼저 상대의 손을 잡아야 한다. 또 손을 잡았다는 말은 선택에 대한 의미도 지닌다. 누구의 손을 잡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중의적인 의미로 ‘손을 잡는다’는 것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크는 자신의 삶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누군가의 손을 잡고 넘어뜨렸다. 그런데 나머지 한쪽 손을 누군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위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팔씨름이라는 소재가 주는 재미를 넘어 의미 또한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팔씨름은 작은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일대일 대결인 데다 경기 시간도 짧다. 스포츠영화로서의 다이내믹함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팔씨름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지 방법론에 대해 기술 스탭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레디 고’ 하자마자 1초 만에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고, 강자끼리 붙을 땐 한 경기가 30초가 될 수도 있고 10분이 될 수도 있다. 시합 중 손이 풀리기도 하고 그래서 끈으로 묶고 경기하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경기 모습을 담으려 했다. 부산에서의 팔씨름 대회 장면을 넣은 것도 탁 트인 곳에서 팔씨름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클럽, 도박장, 부산 바닷가, 실내 경기장 등 공간의 차이를 주면서, 팔씨름 장면을 매번 다르게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첫 장편 데뷔작인데 제작 과정에서 고비의 순간을 맞이한 적은 없었나.

=힘들었던 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더 좋은 장면을 담고 싶은데 주어진 시간에 한계가 있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더라. 또 팔씨름도 신체를 쓰는 스포츠다 보니 마동석 배우가 고생이 많았다. 워낙 쉼 없이 작품을 이어오다 보니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 팔씨름 장면을 찍기 위해선 끊임없이 힘을 써야 했다. 팔씨름하는 척 가짜로 하면 티가 나니까 실제 경기처럼 온 힘을 다해 경기 장면을 찍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배우가 힘들어할 때가 제일 고비의 순간이었다.

-대학에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영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대학에 입학할 땐 광고를 공부하고 싶었다. 영상 작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공동 작업의 재미가 컸다. 함께 만들고 함께 상영회를 하는 그 과정이 잔치를 벌이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이 행복해서 영화를 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한 관객이 극장에 걸린 <램페이지>의 포스터를 보더니 그러더라. ‘드웨인 존슨이랑 마동석이랑 팔씨름하면 누가 이길까?’ 어떻게 승부를 예측하나.(최근 드웨인 존슨이 마동석에게 팔씨름을 겨뤄보고 싶다고 영상 메시지를 보냈고, 마동석이 직접 영상을 통해 수락 메시지를 보냈다는 일화가 화제가 됐다.-편집자)

=당연히 마동석 배우가 이길 거라고 믿는다. 한 팔씨름 선수가 그러더라. 손을 잡기 전까진 아무도 승부를 알 수 없다고. 팔씨름도 스포츠라 전략, 전술을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동석 배우가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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