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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전주국제영화제, 내년 스무살을 기대하며
주성철 2018-05-11

스무살을 앞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역대 최고 매진 회차를 기록하며 성대한 막을 내렸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대표 슬로건에 맞게 해마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를 소개하여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제 개막 전에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을 통해 영화 제작과 배급에 있어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평가 결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오석근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영진위가 전주를 포함하여 국제영화제 예산 관련 육성지원 사업비를 큰 폭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한 것은, 예산 삭감 이전인 2014년 지원금 규모로 회복하면서 여러 영화제 운영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고자 함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아마도 블랙리스트 관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삭감에 대한 회복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달라진 영진위 체제 아래에서 치러진 첫 번째 국제영화제의 성공을 환영한다. 이제 그다음 국제영화제는 5월 31일 개막하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다. 이 또한 여성과 성평등이라는 해당 영화제 본연의 취지를 잘 살려왔다는 점에서 지원금이 증액된 영화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남포동 시대가 저물면서, 이제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진짜 ‘영화의 거리’다운 길은 사라졌다. 전주만큼 마치 ‘서클’ 모양으로 영화의 거리가 조성된 곳은 없다는 얘기다. 그처럼 거리를 돌고 돌다 보면 꼭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 싫은 사람과 계속 마주치면 그냥 숙소에만 머물고 싶어진다는 단점도 있긴 하지만. 게다가 전주에 있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메인 경기장을 ‘전주성’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전주 시민들의 지역적 애정을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지난해에 처음 선보인 ‘전주 돔’과 ‘전주 라운지’로 대표되는 상영 환경도 안정적으로 자리잡힌 것 같다. ‘비 오는 날의 야외상영’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된 것이다. 그렇듯 영화제에 대한 집중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그처럼 안정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랄까. 전주국제영화제는 제15회 영화제부터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더불어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 3인 체제로 어느덧 5년을 이어왔다. 세 사람 모두 본지와 적잖은 인연을 이어온 관계로 오래도록 가까이 지켜본 바, ‘굳이 프로그래머들끼리 개인적으로도 친하고 호흡이 잘 맞아야 프로그램이 좋은 것인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들은 그러한 친밀도가 최고의 프로그래밍으로 이어지고 있는 ‘드림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마주쳐 인사하며 머리를 볼 때마다 검은콩 음료를 꼭 사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업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그들을 이래저래 마주치지 못했기에 이렇게라도 과한 인사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굳이 상찬하는 것은 아니고, 아무튼 프로그래머 이하 수많은 스탭들 모두 수고 많으셨다. 올해 <씨네21> 기자들이 만난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은 특집을 참조해주시길. 스무살 내년을 더욱더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