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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김성령·박해준 - 날 선 뚝심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8-05-15

이 선생 조직에 몸담고 있는 연옥과 선창은 김성령박해준, 두 배우에게서 이제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이다. 연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조직의 실세고, 선창은 조직이 몇 차례 물갈이 될 때마다 끝까지 살아남은 지독한 남자다. 연옥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 사건의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기고, 선창은 영화의 중반부에 나타나 속내를 감춘 채 원호(조진웅)와 긴장감 넘치는 ‘밀당’을 벌인다. 영화에서 한번도 부딪히지 않는 김성령, 박해준 두 사람은 “회식할 때나 부딪혀서(김성령) 아직도 서로 쑥스럽다(박해준)”고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연옥과 선창이 각각 어떻게 다가왔나.

=김성령_ 이 선생과 오랫동안 마약사업을 해온 탓에 웬만해선 기가 안죽는 여자. 목숨을 여러 번 건졌다니 보통 여자가 아닌 것 같다.

=박해준_ 자세한 전사(全史)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창은 엘리트 출신으로 멀쩡한 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다가 이 바닥으로 넘어왔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마약에 어느 정도 빠진 것 같다. 정상적으로 살아가다가 ‘톱’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서 그것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다.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거치적대는 것들을 처단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옥도, 선창도 두 사람이 이제껏 맡지 않았던 파격적인 캐릭터인데.

김성령_ 조직 후견인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망설였다기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연옥을 사건 시작을 빵터트리는 인물이라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출연 분량과 상관없이 선뜻 하기로 했다. 조직 후견인이라 어깨에 힘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편안하고, 유쾌하며,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셨다.

박해준_ 멋 부리는 걸 안 좋아해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요한 건 영화 속 캐릭터 모두 날이 서 있고 독특하다는 사실이다. 선창은 멋있게 찍어야 하는 인물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영화 속 세계에선 그런 모습이 허용될 수 있겠다 싶었다.

-연옥은 원래 남자 캐릭터인데 이해영 감독이 “김성령씨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여자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여성 조직 후견인이 흔치 않다는 사실이 출연을 고려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김성령_ 감독님이 이렇게 센 역할을 여자가 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여자가 맡아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다만, 앞뒤 설명 없이 영화 초반에 임팩트 있게 등장해야 하는 탓에 배우로서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더욱 신경을 써주셨다.

-초반에 등장하는 연옥과 달리 선창은 이야기 중간에 등장한다.

박해준_ 등장한 뒤 펼쳐지는 상황들이 너무 세기 때문에 캐릭터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서사를 전개해도 될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감독님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을 안 좋아하고 계속 신선한 얼굴을 요구하셨다. 선창이 날이 서 있는 가운데 여유를 부리고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목숨을 위협받은 연옥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지 않나. 형사들에게 기가 눌리지 않는 연옥이 어떤 여자인지 드러나는 경찰 취조실 장면이 중요했을 것 같다.

김성령_ 대사가 많아서 약간 힘들었다. 그런데 대사를 하는 동시에 담배 피우고, 불도 끄고, 부하를 오라 가라 하는 등 해야 할 행동들이 많았다. 영화를 아직 못 봐서 형사들의 기를 잘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모르겠어, 궁금해. (웃음)

-선창과 원호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부딪히는 상황들에서 긴장감이 많이 발생할 것 같다.

박해준_ 서로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장치는 배우에게 좋다. 재미도 있고, 연기하는 데 어려운 건 없다. 서로의 속내를 몰라야 드라마가 진행될 수 있으니까. 표현이 잘됐는지 모르겠다.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인데.

김성령_ 섬세하고, 뚝심도 있고, 기다릴 줄 알아서 되게 좋았다. 어쨌거나 이 영화 개봉하면 여자 조직 후견인은 다 나한테 왔으면 좋겠어. (웃음)

박해준_ 자기 색깔도 강하고. 감독님이 내게는 신경을 많이 쓰진 않으셨던 것 같다. 의외로 마음대로 하라고 풀어주셨다.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은데 감독님 덕분에 원하는 대로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감독 중에서 가장 낫나.

김성령_ 뭘 그렇게 질문해! (일동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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