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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맺어준 인연①]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 - 모호함은 삶의 일부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18-05-16

<노나>, 우리가 남미영화의 미래다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과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 감독(왼쪽부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선정된 5편의 영화 중 2편의 해외 영화인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 감독의 <우리의 최선>(2018)과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의 <노나>(2018)는 공교롭게도 모두 칠레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다. 그리고 두 감독 모두 그들의 전작을 꾸준하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하고 있는, 전주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감독들이다. 사랑과 관계에 관한 주제를 보다 영화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형식적 고민의 결과인 <우리의 최선>과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문 <노나>는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남미영화의 여전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한다. 칠레에서 사제지간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는 이들은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찾아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다. 두 감독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함께 만나보자.

“친할머니 얼굴이 도시 전체에 붙어 있다니, 그저 놀랍고 감사하다. (웃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속 주인공은 <노나>의 주연배우이자,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의 친할머니다. “영화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할머니와 뭔가를 함께하고 싶었다. 할머니에게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연상시키는 어떤 매력이 있다.” 방화라는 소재 역시 실제 할머니가 살던 마을에서 벌어진 화재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칠레의 피칠레무 마을에서는 늘 미스터리한 화재사건이 많았는데, 스페인에 점령당하는 등 굴곡 많은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노나>는 형식적으로도 허구와 다큐멘터리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할머니와 손녀, 배우와 연출자의 친밀함을 위해 일부러 사적인 부분을 강조한 장면은 8mm이나 16mm필름으로 촬영해서 빛바랜 사진 같은 이미지를 얻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은 평소 할머니가 즐겨 듣는 노래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마을의 소방관들을 동원해 연기 아닌 연기를 시켰다고 감독은 말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런 모호한 경계는 우리 삶의 일부이지 않나. 어차피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은 허구이다. 할머니 역시 허구 속의 살아 있는 인물 같다.”

극중 주인공 ‘노나’는 영화가 좀처럼 주인공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노인 여성이며, 누군가로부터 보호받거나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은 “노나는 어떤 남자가 자신을 쟁취하려고 하면 성기를 발로 차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부연했다.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을 신선하게 묘사하는 태도는 감독의 전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클럽 로셸>(2017)은 멕시코의 어느 클럽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며 행복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나오미 캠벨>(2013)은 가난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성형수술 리얼리티 쇼에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 노인에 이어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이 주목하는 소재는 역사다. 그는 칠레, 페루, 볼리비아를 둘러싼 적대적인 외교관계에 관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이 지금까지도 이 세 나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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