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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우먼> 다니엘라 베가 - 오직 내가 되는 연기
임수연 2018-05-25

영화가 배우의 실제 삶과 너무 밀접해서, 배우가 곧 영화가 되는 작품들이 있다. <판타스틱 우먼>의 트랜스젠더 가수를 연기한 다니엘라 베가처럼. 마리나는 동거하던 남자친구 오를란도(프란시스코 리예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이를 온전히 슬퍼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성소수자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용의자 취급을 받고,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온갖 폭력을 견뎌내야 한다. 마리나가 극중에서 받아야 했던 모욕처럼, 다니엘라 베가 역시 10~12살에 처음으로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차별을 경험했다. 여성의 정체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에 남학교를 다녔던 그는 주변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폭력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절을 거치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나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소리에 더 민감했던 그의 할머니는 그의 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리’에 집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성장배경은 그가 음악을 업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다니엘라 베가는 10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직업을 찾기 어려워 우울증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특유의 목소리를 뽐낼 수 있는 무대는 그를 구원해줬다. 직접 작가 및 감독을 찾아가 그의 성전환 경험을 반영한 작품을 제안한 결과 탄생한 <나비 여자>는 산티아고에서 무려 8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이 됐다. 두 번째 영화 출연작인 <판타스틱 우먼>을 준비하면서도 “여성으로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일부러 어떤 캐릭터를 참고하며 연기하지 않았다는 그에게 예술은 온전히 한 인간을 보여주며 “우리의 감정이 다시 연결되도록 하는 열쇠”다. 다니엘라 베가는 올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2017 <판타스틱 우먼> 2014 <라 비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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