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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본 영화들③] <앳 워> 스테판 브리제 감독 - 영화는 세계의 작동 방식을 관찰하는 창구다
송경원 2018-06-06

<앳 워> 포스터.

<앳 워>는 사측의 일방적인 공장 폐쇄로 실업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다. 2015년 <아버지의 초상>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뱅상 랭동이 노조 대표인 로랑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뱅상 랭동과 벌써 네 번째 영화를 찍은 스테판 브리제 감독은 이 선 굵은 배우의 연기를 최대치로 활용하는 법을 익히 알고 있었다. 다큐와 극영화를 오가며 관객을 고양시키는 <앳 워>는 “추악한 주주와 위선적인 사장의 희생양이 된 노동자들”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다. 공교롭게 칸영화제 기간 중 있었던 프랑스 노동절에 맞춰 최대 규모의 파업이 진행됐다. 스크린 바깥의 목소리만큼 칸 극장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뜨거운 외침이 터져나왔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선명히 부각한 제71회 칸영화제의 상징적 풍경이다.

-강렬한 프로파간다 영화처럼 보인다. 노동자 계급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했나.

=맞다. 이건 프로파간다다. 의도를 정확히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을 때도 내 영화는 항상 그랬다. 세상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엔 그중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을 따름이다.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명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객관적이고 진실하다고 믿는 뉴스가 실은 생각만큼 그 전모를 속속들이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뉴스도 분노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내 동기는 단순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이해하고 싶었고 공감하길 바랐다.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을 깔고 있지만 극영화다. 노조 대표인 로랑의 가족사 등 인간적인 드라마가 수시로 교차된다.

=폭력 그 자체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폭력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었던 분노의 원인은 정당화될 수 있다. 나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정당화하고 싶었다. 많은 미디어가 그들에게 손쉽게 폭력배, 불한당의 딱지를 붙인다. 진짜 그럴까? 그들은 그저 고통과 분노 속에 던져진 노동자이고 당신의 이웃이며 우리의 미래다. 그들의 분노에 공감했고 사람들을 동참시키고 싶었기에 주저 없이 픽션을 선택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효과들을 빌려왔지만 다큐멘터리인 척하진 않는다. 다큐처럼 포장하고 싶었다면 뱅상 랭동이 연기한 로랑 역을 비전문배우에게 맡기거나 시네마스코프가 아닌 1.85:1의 비율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임수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앳 워>의 후속으로 테이블 반대쪽에 앉아 있는 사측에 대해서도 다룰 거라고 들었다.

=당연히 반대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차기작에서는 고용주의 편에 서서 방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룰 생각이다. 그들의 자리가 테이블 저쪽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뿐 그들도 괴물은 아니다. 우리는 항상 게임의 이면을 생각해야 한다. 시스템이 어떻게 좋은 사람들을 손쉽게 괴물로 만들고 모두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사람은 괴물로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은 항상 괴물을 필요로 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걸 시스템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스스로 그걸 수락한 사람만이 괴물이 된다. 내게 영화는 거짓을 밝히는 횃불이다. 양쪽의 고통을 모두 조명한 뒤에야 힘과 권력의 민낯을 제대로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칸영화제 기간 중에 프랑스 철도노조 파업을 비롯해 각 부문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결국엔 노조 내부에서 분열한다. 한국의 노조도 같은 방식으로 무력화되곤 한다.

=일단 내 영화를 한국에 보여줘야겠다. (웃음) 영화는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하고 발언할 수 있는 창구다. 다만 이건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로는 아니다. 해답을 제시하는, 혹은 제시하는 척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지만 불행히도 좋은 정치인은 얼마 없다. 때문에 내가 영화를 찍고 당신이 기사를 쓰는 것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 목소리들이 모이면 나쁜 정치인을 걸러주는 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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