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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③] 리치 프랭키, 국제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BFI 영화기금 제작개발 이사
김소미 사진 오계옥 2018-06-13

“여성의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내는 용기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 여성 영화인들의 숨은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리치 프랭키를 가장 기쁘게 하는 점이다. 리치 프랭키는 평론가, 작가, 프로그래머 등 직함에 갇히지 않고 영국영화계의 사방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현재 영국영화협회(BFI) 영화기금 제작개발 이사로 재직 중인 그의 모니터링을 거친 작품은 린 램지의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안드레아 아놀드의 <아메리칸 허니> 등 최근까지도 활발히 제작되어 세계 영화제에 등장하고 있다. “여성 영화인들을 위한 ‘치어리더’가 되어줄 제도와 프로그램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운을 뗀 프랭키는 올해 영화제에서 영화산업 내 성평등 정책에 관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또 하나의 목소리를 보탰다. 영국 영화진흥위원회와 BFI에서의 실무 경험을 차분히 들려준 리치 프랭키와의 만남을 정리했다.

-BFI는 영국영화계 성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새로운 필름 메이커들을 발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예산 편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신진 여성 영화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BFI 영화기금의 수치로 보자면 지원을 받는 영화인 중 40% 정도가 여성이다. 현재 목표는 이 수치를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젠더뿐 아니라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지닌 영화계 구성원을 만들고자 한다. 영화의 미학적 자유와 다양성, 아름다움과 직결된 문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단체, 활동 사례가 궁금하다.

=BFI의 ‘버드 아이즈 뷰’(Bird’s Eyes View) 활동을 말할 수 있겠다. 여성 영화인들의 영화를 중심으로 배급과 홍보를 돕는다.

-궁극적으로 영화계 내 성평등이 영화 콘텐츠의 다양성에 기여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단순한 예를 들어 현재 한국영화계는 남성 인물들의 연대와 폭력, 범죄, 액션을 다루는 서사가 많아서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는 지점도 있다.

=어려운 문제다. 여성 영화인이 만드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절실히 필요한 반면에, 그것이 여성감독에게 일종의 제한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대중영화의 서사가 남성 중심인 것은 맞지만 여성감독이 만드는 남성의 이야기도 더욱 많이 생산될 필요성이 있다. BFI에서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할 때는 여성의 관점에서 남성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흥미롭게 본다.

-<스크립트 걸스: 할리우드 여성 각본가들의 역사>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에 특별히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하워드 혹스의 <베이비 길들이기>(1938)처럼 내가 좋아하는 고전 할리우드영화의 많은 수가 여성들이 쓴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영화들은 빛을 봤지만 정작 여성 영화인들은 쉽게 사라져버렸다. 카메라 근처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중년의 백인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 각본가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했는지, 또 실제로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지녔는지는 쉽게 간과되고 만다.

-최근 영국에서 등장한 여성영화의 새로운 경향성이 있다면.

=전혀 다른 유산(Heritage) 위에서 예술성을 키워온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이 복잡한 문화적 배경과 전통으로부터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산에도 초청받은 적 있는 룬가노 니오니 감독의 <나는 마녀가 아니다>(2017)는 영국인이자 잠비아인인 여성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풀어낸 매우 멋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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