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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제스틱
2002-04-23

시사실/ 마제스틱

■ Story

1951년 할리우드. 피터 애플턴(짐 캐리)은 첫 시나리오 <사하라의 도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그러나 대학 시절 좌익 클럽에 별 생각없이 가입했던 전력 때문에, 하루 아침에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다. 청문회 출석을 앞둔 그는 상심해 술을 마시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강물에 추락한다. 깨어난 곳은 해변의 작은 마을 로슨. 그는 기억을 상실했다. 마을 사람들은 2차대전 때 전장에서 실종된 마을 청년 루크와 너무 닮았다며 놀란다. ‘마제스틱’이라는 극장을 운영하던 루크의 아버지 해리(마틴 랜도)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루크가 된 피터는 마제스틱 극장을 수리하여 화려하게 문을 열고, 루크의 약혼녀였던 아델과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마제스틱에서 상영하던 <사하라의 도적>을 보던 피터는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 동시에 피터의 행방을 추적하던 FBI가 마을에 나타난다.

■ Review 1950년 2월22일, 미 상원의원 매카시는 폭탄선언을 한다. “빨갱이 주제에 정부에 반대하고 존경받으며, 고위 관직에 앉아 있는 공산당원 205명의 명단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반전시위에 참여했거나, 노조활동에 가담했거나 그런 친구를 두었던 사람들은 모두 소환되었다. 그리고 자백을 강요받았다.

이것도 9·11 테러 이후 강화된 미국식 애국주의의 발로일까. <마제스틱>은 ‘빨갱이 사냥’ 매카시 선풍이 할리우드를 휩쓸었던 1951년을 배경으로 한 작은 영웅담이다. <마제스틱>이 실화였다면 그런 대로 감동적인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제스틱>은 실화가 아니다. 거기에 후반부의 ‘영웅’과 ‘감동’을 위해 장치를 고스란히 드러내다보니, 낯간지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마제스틱>에서 프랭크 다라본트는 이름이 같은 거장 프랭크 카프라의 1946년작 <멋진 인생>의 재현을 꿈꾸었을까? 루크와 아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멋진 인생>에서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기했던 선한 은행가 조지와 도나 리드가 연기했던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메리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루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그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 루크의 존재로, 단지 그 이유만으로 온 마을이 하나가 되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서도 <멋진 인생>의 순진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전작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등에서 휴머니즘에 입각한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재능을 보였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이번에도 부당한 탄압에 맞서 자유와 용기, 관대함이라는 미국적 가치관을 설파하는 영웅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러나 영화는 지나치게 친절하게, 단선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설명한다. 과유불급이다. <마제스틱>은 5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세트와 설정, 자유와 용기라는 주제로 9·11 테러로 상처받은 미국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엔 너무 미국적이다. 그리고 시대착오적이다. 위정훈 osc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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