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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어게인>으로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찾은 톰 구스타프슨 감독, 코리 크루에케버그 각본가
박지훈(영화평론가) 사진 오계옥 2018-07-19

뮤지컬은 인간의 환상을 표현하는 최적의 장르다

코리 크루에케버그, 톰 구스타프슨(왼쪽부터).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1897년에 완성한 희곡 <윤무>는 1950년 막스 오퓔스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다. 그 후 1993년, 뮤지컬의 거장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윤무>를 <헬로 어게인>이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라키우사를 존경하던 톰 구스타프슨코리 크루에케버그는 라키우사와의 협업을 통해 이 뮤지컬을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고 얼마 전 열린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 초청됐다. 2012년 제천음악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내한한 이들을 만나 <헬로 어게인>의 제작과정을 물어보았다.

-뮤지컬 <헬로 어게인>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코리 크루에케버그_ 약 20년 전,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이 뮤지컬에 대해 처음 들었다. 나는 당시 음반가게에서 일하는 대학생이었는데, 공연잡지 <아메리카 시어터 매거진>에 실린 라키우사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의 말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의 뮤지컬을 여러 번 봤다. 우리가 뮤지컬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라키우사를 떠올린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라키우사를 만나 상의 끝에 <헬로 어게인>을 만들게 됐다.

-희곡 <윤무>가 냉소적인 반면 전작 <마리아치 그링고>는 긍정적인 시선의 작품이다. 어떤 점에서 <윤무>를 원작으로 한 <헬로 어게인>에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톰 구스타프슨_ <마리아치 그링고>는 미국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미국 미디어들은 멕시코 사람들을 다룰 때 마약이나 범죄와 연관 짓는다. 우리는 멕시코 사람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윤무>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둡지만, 캐릭터들이 모두 끊임없이 희망을 찾는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낙관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윤무>가 도발적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영화도 도발적이기를 바랐다.

-원작 뮤지컬의 남성 상원의원을 여성으로 바꾸었다. 그 외에도 바뀐 게 있다면.

톰 구스타프슨_ 영화를 조금 더 현대화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더 많은 여성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기본적으로는 라키우사의 원작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사실 라키우사의 뮤지컬도 슈니츨러의 원작과 다른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슈니츨러의 희곡에 나오는 어린 여자가 뮤지컬에서는 어린 남자로 바뀌었는데, 이는 1993년 초연 당시 오디션을 봤던, 그 후 <헤드윅>을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을 위해 캐릭터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슈니츨러의 희곡이 같은 시간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라키우사의 뮤지컬은 시간대를 이동한다. 사랑에 대한 갈구는 시간을 초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라키우사의 뮤지컬은 대략 10년 단위로 시간을 이동하는데, 라키우사가 선택한 시간대는 모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데 1990년대에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보니 2000년대는 담지 못한 반면, 우리는 2000년대도 담고 싶었다. 때문에 라키우사가 선택한 시간대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했다. 라키우사를 존경하고, 스타일을 이해하기에 작품을 수정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작품을 나의 관점을 반영해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영화에서 붉은 크리스털이 인물들에게 전달되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붉은 크리스털은 관계의 물리적인 상징이다. 인물들은 한 에피소드에서 크리스털을 받는 입장이었다가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주는 입장으로 바뀐다. 붉은색이 상징하는 열정이나 사랑 등을 타인에게 주는 입장이었다가 받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관계의 끝없는 순환과 변화를 말하고 싶었다. 또한 영화에 네온으로 만들어진 파란색 다이아몬드 이미지도 나오는데, 이것은 붉은 크리스털과는 반대되는 이미지로 사용한 것이다.

-노래와 연기를 모두 잘하는 10명의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캐스팅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톰 구스타프슨_ 오드라 맥도널드는 존 라키우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브로드웨이의 대배우다. 그 인연으로 이 영화 출연이 확정됐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브로드웨이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드라 맥도널드를 캐스팅한 뒤 많은 배우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캐스팅에 난항이 있었다. 노래와 연기를 모두 잘해야 하고 성적 묘사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오드라 맥도널드가 너무 기량이 뛰어난 배우라 상대 배우가 부담을 느껴 고사하는 일도 있었다.

-두 사람이 작품을 함께하게 된 계기와 계속 함께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톰 구스타프슨_ 우리는 20년 전에 만난 커플이다. 코리는 배우였고 나는 캐스팅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든 단편 뮤지컬영화가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장편으로 만들게 됐다. 그 영화가 첫 번째 장편 <워 더 월드 마인>(2008)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장편영화 4편과 단편영화 3편을 함께 만들고 있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오래 작품을 만들다 보니 지금은 패키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웃음)

-뮤지컬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는데 뮤지컬영화만의 매력과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코리 크루에케버그_ 모든 영화는 뮤지컬영화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톰 크루즈의 액션은 뮤지컬과 다를 바 없다. 프로듀서의 입장에서는 뮤지컬은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에 도전해서 저예산으로 좋은 뮤지컬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톰 구스타프슨_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영화도 일종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과 백일몽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르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품이 궁금하다.

톰 구스타프슨_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위대한 개츠비>를 만든 바즈 루어만 감독을 좋아한다. 음악이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화를 좋아한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내가 처음에 좋아했던 영화는 프린스가 나오는 <퍼플 레인>(1984)이었다. 물론 지금 보면 조금 조잡하지만, 다른 영화들과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진 영화다.

-차기작 계획은.

톰 구스타프슨_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의 TV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라키우사의 또 다른 뮤지컬을 영화화하려고 계획 중이다.

코리 크루에케버그_ 1920년대 하버드에서 게이 학생을 마녀사냥했던 실화가 있다. 2003년이 되어서야 알려진 이 이야기를 장편 각본으로 썼고, 영화화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톰 구스타프슨_ 빨리 다음 뮤지컬영화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서울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라키우사는 한국에 여러 차례 방문해 특강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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