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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잘돼가? 무엇이든> 어떡하지?
이다혜 2018-07-30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지음 / arte 펴냄

유머감각만큼은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나는 유머라는 재능을 떠올리면 최고의 무용수를 연상하곤 한다. 이것은 리듬의 문제다. 정박일 때와 엇박일 때를 판단하는 법은 신이 내린다. 연습은 재능을 완벽으로 이끌지만, 연습만으로 완벽이 태어나지는 않는다. 예술이라는 것, 그중에도 유머라는 것이 그렇다. <잘돼가? 무엇이든>이라는 제목은 <미스 홍당무>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의 졸업작품 제목에서 가져왔다. 첫 영화 제목과 첫 책 제목을 똑같게 붙인 이경미 감독. 이 책의 내용이 그래서 무엇이냐 하면, 그냥 이런저런 것이다. 본인의 결혼, 동생의 결혼, 흥행에 실패한 본인의 영화들과 어머니가 반대했던 십 몇년 전 연애, 결국 헤어진 그 남자, 나를 찬 남자, 첫 영화 마치고 7년3개월을 놀게 될 줄 몰랐다는 회고, 심지어는 똥을 참은 사연까지 등장한다. 이경미 감독의 예술세계가 범인의 감각으로 닿기 어려운, 아득하게 높고 하늘이 허락한 곳에 있음이 글에서 드러난다.

안무 없이 온전한 무용 같은 글을, 이경미 감독은 쓴다. 이 책을 옮겨 설명을 하면 재미가 사라진다. 소리에 유난히 예민했던 고3 소녀 이경미. 자려고 누웠는데 귓가에서 차분한 노랫소리가 들렸단다. 어머니는 냉장고를 열더니 바티칸에서 공수해온 성수를 딸에게 들이부었다. 술에 취해 귀가한 아버지는 “잠옷 바람에 봉두난발의 두 여자가 막 십자가를 쥐고 뭘 뿌리고 때리고, 어떤 여자가 노래를 누른다고 울부짖으며 주기도문을 외우고” 하는 장면을 목격, 가족은 이튿날인 광복절 아침 유명한 구마 사제가 있는 마석으로 향했다. 구마 사제 가라사대 “경미는 그냥 운동 부족이다. 줄넘기라도 좀 해라”. 이 이야기의 끝은 이렇다. 뮤지션 이랑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상을 받았을 때 돈과 명예, 재미 중 두 가지 이상 충족이 되면 좋겠다며 명예는 있으나 상금이 없고 생활고로 재미가 없는 상황이니 트로피를 팔겠다고 했던 일을 떠올린다. “나는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기는커녕 내가 우울하지 않은 상태로 두 가지를 획득하는 것 자체부터가 불가능이네….” 그 귓가의 여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추신. 이 책을 읽으면서 <씨네21>이라는 잡지가 한국영화계에서 얼마나 존재감 뿜뿜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오래오래 잡지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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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잘돼가?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