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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확장하기⑤] 최근 유럽의 난민 이슈와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이주현 2018-08-08

점점 보수화되어가는 유럼, 지금 우리는...

유럽연합이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바로 난민 문제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보수정권 득세의 이면에도 난민/이민자 문제가 관여되어 있다. 미하엘 하네케, 자크 오디아르 등 유럽 출신 감독들이 난민 이슈를 꾸준히 조명하는 이유도 그것이 지금의 유럽인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3살짜리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를 기억할 것이다. 그 후로도 지중해를 건너다 바다에서 숨진 난민은 해마다 1천명에 이른다. 유럽에서 발생한 잇단 테러는 반난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고, 난민 수용에 한계를 느끼는 국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난민 문제에 관한 한 유럽의 상황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유엔난민기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폭력, 박해로 인한 강제이주민(난민, 국내 실향민, 난민 신청자를 포함한 용어) 수는 5년 연속 증가해 2017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불안정, 남수단의 내전, 미얀마 로힝야 난민의 방글라데시 피난 등으로 강제이주민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2017년까지 집계된 전체 강제이주민 6850만명 중 분쟁과 박해로 인해 국경을 넘어 자국을 떠난 난민 수는 2540만명. 이는 2016년보다 290만명 증가한 수치로 유엔난민기구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연간 증가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제외하고 유엔난민기구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난민의 3분의 2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소말리아 등 5개 국가에서 발생했다. 모두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들이다.

유럽의 대표적 난민 수용국은 터키와 독일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35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난민 다수는 터키를 거치거나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들어와 유럽의 땅을 밟는다. 유럽연합은, 난민이 처음 도착한 국가가 심사를 책임진다는 더블린 원칙을 난민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의 관문 국가가 돼버린 아틸리아와 그리스가 더블린 원칙으로 난민관리의 책임이 커지자 이탈리아 등지에선 난민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극우 정권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3월 총선에서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극우 동맹당 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동맹당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는 내무장관으로 임명된 뒤 강경한 반난민 발언을 이어가 논란을 낳고 있다.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주요 도착지인 시칠리아에서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는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는 연설을 한 게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하는 프랑스의 비정부기구 난민 구조선 아쿠라리우스호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탈리아와 몰타가 거부한 아쿠라리우스호의 입항을 받아준 건 스페인이었다. 독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헝가리 의회에서도 최근 반난민 정책인 ‘스톱 소로스’ 법안이 통과됐다. 난민 지위를 신청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헝가리 내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인 및 단체 관계자들을 최고 징역 1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개방적 난민 정책을 펼치며 많은 난민을 수용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지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6월 29일, 유럽연합 28개국 정상은 난민 정책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난민 수를 줄이기 위해 국경관리를 강화하고, 역내에 난민 심사를 진행할 심사센터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독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난민의 재분배와 재정착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각국의 최소한의 합의일 뿐 해결해야 할 세부 문제는 산적해 있다.

“난민에 대한 관심은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단순한 온정의 얘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분쟁을 없앨 수 있을까 하고 목소리를 내는 의사 표명이다.” 2015년부터 유엔난민기구 한국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배우 정우성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561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왔다. 난민 문제는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적어도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