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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시네마 9인 감독들③] 이동은 감독·박제범 감독 - 내 가족의 집은 어디인가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18-08-15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집 이야기> 박제범 감독

이동은, 박제범(왼쪽부터).

이동은 감독의 <니나 내나>와 박제범 감독의 <집 이야기>는 화려한 장르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차분한 두 감독의 소신이 깃든 영화다. 명필름랩 1기 출신으로 <환절기>(2017), <당신의 부탁>(2018)을 만들며 부지런히 작업을 이어온 이동은 감독은 <니나 내나>에서 다시 한번 가족의 울타리 아래서 상념에 잠긴 개인의 얼굴을 훑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CGV아트하우스 산학협력 선정작인 박제범 감독의 데뷔작 <집 이야기>는 계급에 따라 한참을 곤두박질치거나 뛰어오르는 한국 사회의 주거 형태를 경유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화해를 도모하려는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점점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 사이에서 다양성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동은 감독의 말과 같이, 이들에게 상업영화와 다양성영화의 경계는 다시 한번 해체해서 면밀히 살펴볼 만한 혼란스럽고도 중요한 화두다.

-아직 두 영화 모두 촬영 전인데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이동은_ 10월 중순,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촬영하려고 한다. 프리 프로덕션을 막 시작한 지금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달려나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전작들을 모두 한여름에 찍었다. 막상 스크린에 담긴 모습을 보면 초록의 풍경이 많아 좋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엔 혹서기를 피해서 영화를 찍게 돼 다행이다. 미정 역에 장혜진 배우를 캐스팅했고 나머지 인물들도 캐스팅을 거의 완료했다.

=박제범_ 이동은 감독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난 아직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상태다. 10, 11월 촬영이 목표인데 아직 캐스팅 진행 중이다. 첫 장편영화라 여러모로 막막해하고 있다.

-가족 3부작의 마지막이라 불리는 <니나 내나>는 가족적 개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에 관한 집요한 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집 이야기> 또한 일본 영화대학에서 유학한 박제범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자전적인 경험도 깃들어 있을 것 같은데.

이동은_ 아직 신인인데 가족 3부작 같은 말은 어디 가서 하지 말라고 하더라. (웃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가족영화’의 짜임새를 애초부터 지향한 적은 없다. 내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가장 감정적으로 연결된 부분이 가족 문제고 특히 <니나 내나>의 시나리오를 썼던 2014년 무렵에 그런 고민을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살인사건 발생률을 보면 가족 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하더라. 언제나 가장 미워지는 일도, 가장 행복해지는 일도 가족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박제범_ 작가는 따로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본 직후 내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특히 단순한 건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 각각의 삶이 묻어 있는 공간으로서 집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었다. 일본 영화대학을 다니고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는데, 부모님은 항상 집에 있지도 않는 내 방을 마련해두고 계셨다. 반면 나는 내 집에 부모님 공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윗세대와 우리 세대가 지닌 가족과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게 된 계기였다.

-<니나 내나>는 감독의 전작과 비슷한 차분하고 수수한 미색의 색감이 떠오른다. <집 이야기>에선 한국 사회에 자리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제범_ <집 이야기>는 집 자체가 캐릭터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주인공이 사는 집과 어머니, 아버지, 언니가 사는 집이 다 다르다. 원룸, 반지하방, 옥탑방, 아파트, 별장까지 한국적인 특징과 함께 캐릭터도 녹여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동은_ 재밌겠다. 나와 관심사가 잘 맞는 것 같다. (웃음) 나는 그동안 인물들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서 미색, 채도가 조금 낮은 색감을 선호해왔는데 이번 영화도 일관성을 이어갈 것 같다. 그런데 <니나 내나>는 우리 윗세대가 지니고 있는, 좋은 의미의 세속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짚어보려고 한다. 트로트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중이다. (웃음) 의상을 예로 들면 조금 더 과감하고 자유로운 일상복의 느낌을 드러낼 예정이다.

-저예산으로 비교적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동은 감독은 다양성영화에 대한 업계와 관객의 인식을 어떻게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박제범 감독 역시 다양성영화의 생존전략에 대해 새롭게 접하는 것이 많을 것 같은데.

박제범_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시스템을 볼 수 있는 눈은 부족한 것 같다. 우선 가장 피부로 와닿는 건 캐스팅 과정에서 겪는 딜레마다. 내 취향을 고집하자니 관객과 너무 멀어질 것만 같고, 대중성이나 인지도를 고려하자니 감독의 고민은 사라지는 것 같더라. 상반된 두개의 가치관 사이에서 시달리는 요즘이다.

이동은_ “다음은 상업영화 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늘 관객과의 소통을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나는 내 모든 작품이 상업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해였나보다. 편집도 상업적으로 했는데. (웃음) 나만의 색깔을 봐주시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화시장에서 내 영화가 다양성영화로 단순 분류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제작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반응은 마찬가지다. 관객 반응이 애매할 것 같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에 지원제도 없이도 충분히 상업영화로 진출할 수 있을 거라는 입장을 보이는 쪽도 있다. 각자가 상정하고 있는 관객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실제 관객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 업계 분위기는 조금 보수적인 것 같다.

● <니나 내나>는 어떤 영화? 그래픽노블 <환절기> (2013), <니나 내나>(2016)를 발표했던 이동은 감독이 두 작품을 차례로 영화화 중이다. 17년 전 집을 나간 엄마의 엽서를 받게 된 삼남매의 로드무비인 <니나 내나>는 ‘다른 것처럼 보여도 너나 나나 똑같다’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다. 사람 사이의 섬세한 기류를 포착하는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기대되는 작품으로, 영화는 그래픽 노블과 비교해 주인공 미정 중심으로 보다 간결하게 축약될 예정이다.

● <집 이야기>는 어떤 영화? 한때는 한집에 살았으나, 어느덧 제각기 다른 집에 뿔뿔이 떨어져 살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거주지의 모양새만큼이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게 된 가족에게 여전히 화해와 유대의 가능성이 있음을 살핀다. 영화는 계약기간이 끝나 원룸을 떠나게 된 막내딸 은서가 창문 하나 없는 아버지 진철의 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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