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더 프레데터> 셰인 블랙 감독, "오리지널 <프레데터>와 동반자 관계의 영화다"
안현진(LA 통신원) 2018-09-13

<더 프레데터>의 셰인 블랙 감독과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한창인 지난 7월 21일에 만났다. 하루 전 샌디에이고에서 팬들에게 영화를 미리 소개하는 행사를 마치고 숨 고를 틈 없이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와 <더 프레데터>의 롱리드 정킷에 참여한 블랙 감독은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영화에 대해 말하는 동안만큼은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감을 내보였다. 1987년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한 <프레데터>에 릭 호킨스 역할로 출연한 인연을 가진 셰인 블랙 감독의 2018년 신작 <더 프레데터>에 대해 질문했고, 답을 들었다. 질문 하나에 서너 가지 대답을 막힘 없이 풀어놓았던 블랙 감독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마스터 마인드였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어땠나.

=<더 프레데터> 행사는 잘됐다. 행사가 끝난 뒤 바로 나와야만 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솔직히 내게 좀 벅찬 행사였다.

-코믹콘에 간 게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2012년 <아이언맨3>로 참석했었다. 그때는 영화 촬영이 마무리되기 전이라 행사를 짧게 하고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이번엔 온종일 행사장에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더 프레데터>가 R등급이 될 거라고 말해왔다. 촬영이 마무리된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R등급 영화가 될 건지 궁금하다.

=맞다. (연출가의 의도적인 결정인가?) 그렇다. 1987년에 만든 <프레데터>는 R등급이었다. 내가 <더 프레데터>의 감독이 되기로 했을 때, 이 영화가 전쟁영화라고 생각했다. 전쟁영화인데 프레데터라는 외계생물이 등장하게 된 거다. 코믹북 영화를 만들려는 게 아니었다. 진짜처럼 보이고 진짜처럼 느껴져야 했다. 그리고 이게 좋은 생각이라고 확인시켜주고 영감을 준 영화가 바로 <로건>(2017)이었다. <로건> 이전에 만든 PG-13등급의 ‘울버린 영화'들을 보면 울버린이 뒤에서 누구를 찌르고 누구를 죽이는지를 감추고 얼버무린다. 그런 영화들은 내게 코믹북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로건>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첫 장면부터 턱을 뚫어버린다. 그제야 울버린이 진짜로 느껴졌다. 이전까지 그냥 상상 속에 있는 존재 같았다면 그때부터 울버린이 실재한다고 믿기는 거다. <더 프레데터>도 등급 시스템 때문에 백그라운드에서 폭력을 얼버무리는 연출로 영화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레데터라는 존재를 보여주는 것, 폭력을 진짜처럼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중요했다.

-<프레데터>에 배우로 출연하고, 이번엔 영화를 감독한다. 특별한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이 프랜차이즈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에 기뻤다. 1987년을 돌아보면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나와 내 친구인 프레드 데커(<몬스터 스쿼드> <로보캅3> <더 프레데터> 각본가.-편집자)에게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당시 프레드도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와 <몬스터 스쿼드>의 각본 작업을 하고 있었다. <프레데터>가 나왔고, <리쎌 웨폰>이 극장에 걸렸다. 정말 황홀한 때였다. (잠시 쉬고) 아마 나는 얼마 전까지 중년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1980년대 우리는 눈을 둥그렇게 뜬, 낙천적인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인생은 흘러갔고, 피로를 느끼는 사이에 돌아보니 벌써 50대에 접어 들고 있었다. 그 선을 넘어 있었다. 그리고 늙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돌아봤다. 내 일부는 젊은 시절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프레드에게 전화를 해서 말했다. “자, 여기 기회가 있어. <프레데터> 시리즈인데 우리 예전처럼 할 수 없을까? 할리우드가 우리에게 <더 프레데터>라는 놀이터를 준 거나 다름없다고! 여기서 한번 놀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로 인생의 황금기를 한번 더 불러오고 싶었던 건가.

=황금기라기보다는 젊은 날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신작과 <에이리언> 시리즈의 신작을 보기 위해 극장 앞에 줄 서던 날들을 느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멀티플렉스 이전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다. 2시간 줄 서서 영화를 보고, 그 줄에서 사람들을 만나던 시절을 말이다. 그렇게 프레드를 설득했다. 재미있을 거라고, 우리끼리 즐거울 거라고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말이 쉬웠다. 전혀 즐겁지 않았다. <더 프레데터>를 시작하고 2년이 지난 뒤에야 이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작업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영화는 마무리됐고, 좋은 영화이기를 바랄 뿐이다. 내 가슴속에 이 영화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는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1987년에 만든 오리지널 <프레데터>는 모든 것이 2주 안에 재빠르게 결정됐다는 거다. 제목도 처음에는 <헌터>라고 붙여졌으나 같은 이름의 TV시리즈가 있었고, 그래서 그럼 <프레데터>로 하자 했던 거다. 거의 모든 결정이 막바지에 숙고 없이 이뤄졌는데 그게 엄청난 아이콘이 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31년이나 프랜차이즈로 살아남았다. 어떻게 해서 곤충처럼 생기고 끈적끈적한 혈액을 가진 외계생물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새로운 영화를 만들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이다.

-해답을 찾았나.

=그저 짐작해볼 뿐이지만 1980년대 사람들은 <람보>와 <에이리언>, 이 두 가지에 열광했다. 근육질 전사가 나오는 영화와 다양한 종류의 외계생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인기 있는 두 가지 요소가 한 영화에서 폭발한 것이 <프레데터>였다. 그리고 유머가 있었다. 군인들이 드는 무기는 말도 안 되게 커서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었다. 1980년대 액션영화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군더더기라곤 없는 순수한 액션영화다. 액션이 무엇인지 스릴이 무엇인지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런데 지금은 2018년이니 그걸 그대로 베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걸 하는 것은 오리지널 <프레데터>의 대전제들,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영화의 설정을 거스르게 되어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첫 영화에 대해 이렇게 러브레터를 쓰기로 했다. <프레데터>와 완전히 같은 접근으로 영화를 쓰기로 한 거다. 그 당시의 팝컬처적 요소를 모두 가진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이 의도적인 것처럼 느껴져야 했다. 케미가 좋은 멋진 캐릭터, 훌륭한 스토리라는 오리지널의 뼈대를 지키면서 전개 속도는 빠르고, 스타일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기존의 <프레데터>만큼 흥미롭고 장난기 있는 <프레데터> 영화를 만드는 거였다.

-오리지널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도 될까.

=나는 오마주보다는 ‘동반자 영화’(Companion Movie)라고 말하고 싶다. 오리지널과 같은 태도를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같은 영화는 아니다. 분명히 아니지만, 오리지널과 견줄 수 있는, 그리고 오리지널이 만들어진 당시의 문화에 대한 레퍼런스와 유희를 갖춘 영화다. 1980년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컴퓨터 특수효과(CGI)를 실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모든 곳에 사용되진 않았다.

-말이 나와서인데, <더 프레데터>에는 CGI가 얼마나 사용됐나.

=내가 본 최고의 실용적인 CGI의 사용은 <쥬라기 공원>(1990)이다. 공룡이 자동차를 물어뜯은 흔적을 보여주는 장면은 CG가 없는 실사다. 그다음 창문을 통해 공룡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건 CG다. 그렇지만 관객은 실사에서 CG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믿게 된다. 이게 내가 <더 프레데터>에 CGI를 적용한 기준이었다. 촬영은 언제나 실사를 우선으로 진행했다. 모든 장면이 실사로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구현한 뒤 CGI를 적용했다. 비디오게임의 화면처럼 카메라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프레데터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건 지양했다. 이 모든 접근이 ‘올드스쿨’이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21세기의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밸런스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더 프레데터>는 1980년대 스타일을 21세기의 최신 기술로 구현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 관객이 프레데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점도 문제였다. 티셔츠에, 가방에, 모자에 프레데터가 대중화된 지 30년이 넘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이 외계생물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지 알려주는 것도 꼭 필요했다.

-프레데터의 겉모습도 업그레이드됐나.

=중요한 특징은 그대로 둔 채 업그레이드됐다.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프레데터스>(2010)에서 외양을 변경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머리가 조금 커진다든지 키를 키운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오리지널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평가할 때 CGI의 발전은 늘 말하지만 사운드 역시 중요할 것 같다. <더 프레데터>의 음악이나 사운드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있다면.

=영화의 작곡가인 헨리 잭먼과 만나 영화음악을 모두 들어보았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에 더해 말하고 싶은 건 이 영화의 사운드가 특별하다는 거다. 그래서 좋은 극장, 요즘은 대부분 극장 사운드 시스템이 좋지만 특별히 사운드 시스템이 좋은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본다면, 총알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마치 귓가를 스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