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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한국영화④] <원더풀 고스트> 조원희 감독 - 마동석의 장기를 백분 활용한 코믹 액션을 기대하라
김현수 사진 백종헌 2018-09-19

마동석, 김영광 주연의 <원더풀 고스트>는 두 배우가 지닌 장점 중 최고의 엑기스만 추출한 다음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할 방법을 연구하듯 이야기를 창조해나간 영화 같다. 극중 마동석의 팔뚝은 묵직함을 선사하며 웃음과 액션을 담당하고, 김영광의 훤칠한 두 다리는 비현실적으로 해맑은 자태를 뽐내며 감동을 담당한다. 범죄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죽을 위기에 처한 영혼 태진(김영광)과 정의 따윈 상관없는 이기적인 남자 장수(마동석)의 활약을 다룬 영화 <원더풀 고스트>를 오랫동안 다듬고 또 다듬느라 어느새 8년 만에 복귀작을 내놓게 된 조원희 감독을 만나 이 영화의 출발점부터 다시 되짚어봤다.

-2016년에 촬영(<씨네21> 1073호 씨네스코프 ‘조원희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이 주연 맡은 <원더풀 라이프>(가제) 촬영현장’ 기사 참조)을 끝마쳤지만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다.

=후반작업이 좀 오래 걸리기도 했고 개봉 시기를 몇번 놓쳤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김영광의 또 다른 주연작 <너의 결혼식>과 한달 간격으로 개봉하게 됐다. 그동안 <신과 함께-인과 연>의 성주신(마동석)이 “펀드는 반드시 오른다”고 했던 대사처럼 마동석과 김영광 두 배우가 모두 영화 촬영할 때와는 전혀 다른 배우가 되어버렸다. (웃음) 이 영화가 그들에게 발판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들의 덕을 보게 됐다.

-<원더풀 고스트>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인간과 영혼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코믹한 판타지영화다. 당신의 데뷔작이자 전작 <죽이고 싶은>(공동연출 김상화, 2010)이 스릴러였음을 떠올려보면 선뜻 이어지지 않는 장르다.

=차기작에 대한 개인적인 조건이 있었다. 우선 두 번째 영화는 내가 쓴 게 아닌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로 작업하고 싶었다. 가벼운 장르의, 보다 대중적인,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고 싶었고 외톨이들이 친구가 되어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면서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했다. 내 조건과 무척 잘 맞는 시나리오였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마동석의 영향이 제일 크기도 했고.

-배우 마동석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고.

=지금처럼 케이블TV 드라마가 활성화되기 훨씬 전에 드라맥스 채널에서 8부작 미니시리즈 <알리바이 주식회사>(2008)를 함께 작업했다. 그리고 이후 단편영화 2편을 함께 찍고 이번 영화를 또 같이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마동석 사용법을 잘 아는 감독 중 한명이 아닐까 싶다. (웃음)

-애초 가제였던 ‘원더풀 라이프’에서 <원더풀 고스트>로 제목을 확정한 의도는 주인공 태진의 영혼과 장수가 콤비를 이루는 이야기를 드러내겠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나.

=다른 제목 후보로 ‘고스트’나 ‘솔맨’, ‘솔메이트’ 같은 제목을 생각하다가 촬영하면서 바뀌었다. <원더풀 고스트>가 심오한 반전을 지니고 있어 절대로 스포일러가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기에 뭐든 감추는 것 자체가 오히려 유치해 보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초기의 시나리오와 최종 완성된 영화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시나리오에서 특별히 수정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나.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범죄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니 범죄자들의 특정 행위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겠더라. 어떻게 하면 그 수위를 순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쓴 김성진 프로듀서가 워낙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그가 바랐던 이 영화의 핵심은 인물간의 케미스트리였다. 장수와 태진 역의 마동석, 김영광뿐만 아니라 장수와 그의 딸 도경 역의 최유리, 태진의 여자친구 현지 역의 이유영과 김영광의 조화, 경찰 선임으로 등장하는 주진모, 최귀화 배우의 조합이 영화를 이끌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영화에 투숏이 굉장히 많이 담겼다. 앙상블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원더풀 고스트>를 촬영할 당시에는 <부산행>(2016) 개봉 직후라 <범죄도시>(2017), <부라더>(2017), <챔피언>(2018) 등으로 이어지는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들이 사랑받기 이전이었다. 그래서일까, <원더풀 고스트>에서 마동석 본인의 장기인 코미디와 액션의 조합을 실험해보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마동석은 스릴러영화 위주의 보다 장르적인 연기 주문을 많이 받던 시기다. 그런데 그는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편안한 정극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원더풀 고스트>는 코미디를 표방하긴 하지만 범죄영화의 요소와 액션도 적절하게 섞여 있다. 게다가 인간이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의 이야기인데 인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면 재미있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게 양날의 검인데 관객은 때로 배우의 액션과 코미디가 과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시기상으로 <굿바이 싱글>(2016)의 스타일리스트 평구와 <부라더>의 형 석봉을 연기했을 즈음에 <원더풀 고스트>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마동석만의 코미디 연기를 보여줄 영화군으로 묶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마동석이란 배우는 굉장히 유연한 연기자다. 그의 코미디 연기 스타일은 대놓고 웃기겠다고 나서기보다 무심코 툭 내뱉을 때 웃음을 유발하는 식이다. 그의 코미디 변천사를 잠깐 읊어보면, 초기에는 싸움 잘할 것 같은 겁쟁이 느낌을 보여주거나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고 외형적인 이미지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본인이 코미디 연기를 하려고 애쓰는 것 같지 않은데 웃음이 터지는 형식의 연기로 변해가고 있다. 그의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가 이 영화의 촬영 시점부터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포스터 디자인도 과감하다. 주연배우인 마동석은 등만 보인 채 김영광의 다양한 얼굴로 꾸몄다.

=배우 김영광에 대해 사람들이 자세히 모를 때 이 친구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큰 욕심 없이 살았고 성공에 도취되지도 않았다는 걸 느꼈다. 인성 자체가 너무나 순수한 인간이다. 악의가 어떻게 이렇게 없을 수 있지, 싶을 만큼. 잘 자란 해맑은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당시 본인이 가장 즐거워할 때가 게임 <오버워치> 이야기할 때였는데 바빠서 하루 2시간밖에 못한다고 안타까워할 때 바로 이 배우의 이런 모습을 영화에 옮겨보자고 생각했다.

-김영광, 이유영 두 배우가 영화의 주제곡 <해달별빛>이란 듀엣곡도 불렀다.

=목영진 음악감독의 아이디어로 노래를 지어 불러달라고 맡겼는데 처음에는 둘 다 무슨 노래냐고 손사래를 치더니 웬걸, 정말 잘 부르더라. 참고로 마동석도 내 단편영화 <무대는 나의 것>(2011)에서 춤추고 노래를 부른다.

-마동석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창작집단 ‘팀고릴라’의 일원이기도 한데, 또 다른 마동석 주연 영화를 만나볼 수 있을까.

=팀고릴라는 동호회에 소속된 느낌이 드는 조직이다. 마동석을 중심으로 작가, 감독, 프로듀서, 웹툰 작가 등 20여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각자 작업하다가 서로 맞는 게 있으면 뭉치기도 하고, 작가나 감독에게 매니지먼트를 해준다. 서로 아이템을 교류하고 피드백도 주고.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

-8년 만에 두 번째 연출작을 내놓은 소감이 어떤가.

=너무 낯설다. 그동안 감독은 직업이 아니란 걸 새삼 느꼈다. 내가 바로 연출만으론 먹고살 수 없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감독조합 회원 중 해마다 영화를 찍는 감독이 10여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는 기획 개발과 연출을 병행할 계획이다. <원더풀 고스트> 끝내고 깨달은 바가 있어 현재 4편의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했고 좀더 대중적인 프로젝트를 발굴해내는 일을 하려고 한다. 젊고 재능 있는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감독이 추천하는 <원더풀 고스트>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

“마동석이란 배우는 굉장히 유연한 연기자다. 자연스러운 마동석표 코미디와 김영광과의 앙상블이 웃음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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