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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춘천> 우연히 춘천행 열차에 나란히 앉았던 세 남녀의 이야기
장영엽 2018-10-03

강원도를 주요 배경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장우진, 김대환 감독의 제작사 ‘봄내필름’의 첫 번째 영화. ‘봄내’는 ‘춘천’의 순우리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가을의 춘천을 배경으로 우연히 춘천행 열차에 나란히 앉았던 세 남녀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춘천으로 돌아온 지현(우지현)은 이번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울적하다. 그는 기차역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청평사를 찾아 절을 올리며, 친구 어머니의 김장을 돕는다. 한편 지현과 함께 춘천행 열차에 타고 있던 홍주(양홍주)와 세랑(이세랑)은 서울에 각자의 가정을 두고 있는 중년의 남녀다. 이들은 춘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공간에 대한 서로의 추억을 얘기한다. 지현의 사연을 소개하는 영화의 전반부와 홍주, 세랑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후반부는 모두 춘천이 배경이며 기차역, 청평사, 소양강 등 방문하는 곳도 겹치지만 이 두 갈래 이야기 속 춘천이라는 공간은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 그곳을 배회하는 사람의 사연과 감정에 따라 공간은 변모하고 새로운 정서를 입는다.

이 작품에는 서사의 전개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질적인 슬로모션 영상이 두 차례 반복된다. 춘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과, 관전하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세 주인공의 모습이다. 정해진 방향으로 달려가는 익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춘천, 춘천>의 세 남녀는 잠시 갈 곳을 잃은 존재들이다. 영화는 방향을 잃고 헤매는 그들의 애잔하고 쓸쓸한 모습을 서정적인 가을 춘천 풍경의 일부로 끌어안는다. 한 공간에 오랫동안 머문 연출자만이 담아낼 수 있는 지역의 전형적이지 않은 풍경 사이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는 듯 실감나는 즉흥연기를 선보이는 세 주연배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봄내필름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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