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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F에서 만난 영화인들②] <미스 모노크롬> 성우 호리에 유이, "바라는 게 있다면 용기 내어 입 밖으로 꺼내보시라"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8-10-31

올해 BIAF2018의 가장 야심찬 프로그램을 하나만 꼽자면 일본의 인기 성우 호리에 유이의 방한이다. 직접 캐릭터 원안을 그린 <미스 모노크롬>의 스페셜 토크와 목소리 연기를 맡은 <극장판 K Episode5 ‘Memory of Red~BURN’>(이하 <극장판 K>)의 미드나이트 상영은 팬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온라인 예매 오픈 당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호리에 유이는 1997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정상급 성우이자 98년부터 11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한 인기 가수이기도 하다. 감독이나 애니메이터뿐 아니라 목소리 연기자 섹션을 넓혀가고자 하는 BIAF의 야심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인 호리에 유이에게 그간의 활동과 일본 성우계의 독보적인 팬덤 문화에 대해 물었다.

-예전부터 비행기를 타기 힘들어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 방문을 어렵게 결심했다.

=비행기를 전혀 못 탔는데 최근에 타야 할 기회가 늘어나서 고민하다가 방법을 발견했다. 출발 전날 잠을 아예 안 자고 비행기를 타자마자 기절하는 거다. 솔직히 그래서 이번 방문에 더 큰 결심이 필요했다. 2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은 내게 큰 도전이다. (웃음) 아마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에도 밤을 새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번에 와보니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아침 일찍 주변을 다 둘러봤다. 새로운 곳에 가면 늘 모험을 하는 기분인데 겁이 많은 성격이라 현실에서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 성우가 된 건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성우였다고 들었다. 중학생 때 배구도 하고, 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후 결국 성우가 됐다.

=어릴 적 <더티페어>(1985)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감동받았다.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우주탐정첩보물인데 주인공 케이와 파트너 유리 모두 여자다. 그걸 보고 탐정이 되고 싶었는데 진짜 탐정은 되기 힘드니 성우가 되면 그 역할을 대신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꿈꾸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성우가 됐지만 형사 역을 맡아본 적은 없으니 아직 꿈을 반밖에 이루지 못한 셈이다. 탐정이 될 수 있을 때까지 힘내자, 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웃음)

-동경하던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되었을 때 좋은 점도 있는 반면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일단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대리체험이라는 점에서 배우들과 근본적으로는 비슷하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좀더 다양한 상상력과 체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나도 겪어본 학창 시절인데도 전혀 다른 시선으로 행복한 체험을 하게 해준다. 아쉬운 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힘들다’. (웃음) 물리적으로 일도 많고. 개인적으로는 관객 입장에서 애니메이션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한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와도 어느새 ‘아! 내 친구가 저기서 저렇게 연기했네’ 하고 분석하고 있다.

-TV만화 <투 하트>(1999)의 멀티 역, <러브 인 러브>(2000)의 나루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후 아직까지 킹레코드의 삼두마차로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잘할 수 있는 걸 갈고닦아 연기력을 키우려 하지만 역할을 가리지 않는다. <전희절창 심포기어> 시리즈처럼 로봇물도 다수 했다. 언젠간 <더티페어> 같은 작품뿐 아니라 건담 시리즈의 주인공도 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웃음)

-<미스 모노크롬>의 캐릭터 원안을 맡았다. ‘미스 모노크롬’은 본래 당신의 콘서트에 등장한 캐릭터인데.

=콘서트를 할 때 그냥 노래를 순서대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한편의 이야기가 되도록 스토리를 구성한다. 그때 가장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구성이 대립하는 적을 설정하는 거다. 미스 모노크롬은 내 콘서트에서 상대 빌런으로 출발한 캐릭터다. 단순하게 자연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설정으로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만들어봤다. 나는 디자인의 씨앗만 뿌렸을 뿐 아이돌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안드로이드라는 이후의 성격은 완전히 새롭게 설정됐다.

-미스 모노크롬의 성장을 보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본인도 앨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감정이입이 되는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이 시작한 캐릭터가 생명을 얻어 극장판으로까지 나오는 걸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가.

=내가 설정했던 성격은 악역답게 냉정한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성장 중이다. 그녀가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힐 때 보면 기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안드로이드인 미스 모노크롬은 인간 세상의 물정을 잘 모른다. 주변 눈치 안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희망을 관철시키는 부분, 약간 마이페이스적인 성격이 나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미스 모노크롬의 변화를 보면서 나 역시 배운 게 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표현해야 한다는 거다. 그녀는 “더 앞으로 나가고 싶어!”라고 외치며 세상 밖으로 나왔고 “콘서트를 하고 싶어”라고 말하니 실제 콘서트를 할 수 있었다. 여러분도 바라는 게 있다면 용기 내어 입 밖으로 꺼내보시라.

-최근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의 벨파스트 역, <소녀전선>의 스프링필드 역 등 게임 성우로도 활약 중이다. 애니메이션 연기와 어떤 차이가 있나.

=연기라는 기본은 비슷하지만 호흡을 어떻게 맞추냐의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후시녹음할 때 대개 해당 장면의 성우들이 전부 모여 영상에 맞춰가며 녹음한다. 장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속도와 호흡을 가늠하기 좀더 수월하다. 반면 게임 캐릭터 연기는 작은 박스 안에 들어가 혼자 녹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정과 대사만 주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상상력이 꽤 필요하다. 대본과 나와의 대결 같다고나 할까. (웃음) 하지만 캐릭터 표현의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2002년부터 라디오 방송 <호리에 유이의 천사의 알> DJ도 맡고 있다. 800회가 훌쩍 넘은 초장수 프로그램이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등 성우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성우는 작품 속 캐릭터와 교감하고 대화를 나누는 직업이다. 반면 라디오의 경우 나의 목소리, 나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각별하고 소중하다. 라디오를 통해 좋아하는 일, 근황, 소중한 추억 등을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진다. 스튜디오에 4, 5명이 모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인데 마치 다락방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라 사적인 이야기도 편하게 하게 된다. 청취자들의 사연을 통해 서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트위터와는 다른 감각으로 소통하는 기분이다.

-올해 BIAF에서는 <미스 모노크롬>은 물론 <극장판 K>도 소개된다. 국내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한국에 와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직접 목격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기왕이면 내가 나오는 작품을 한번 더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한·일 합작 프로젝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미래의 창작자들에게 부탁드린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면 나를 잊지 말고 꼭 불러달라. (웃음)

호리에 유이와 <미스 모노크롬>

호리에 유이는 1997년 데뷔 이후 2000년 전반 정상급 성우로 자리매김한 일본의 국민성우다. 가수로도 활약 중인 그녀는 음반사 킹레코드의 삼두마차로 불리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호리에 유이가 콘서트를 위해 만들어낸 캐릭터 ‘미스 모노크롬’은 인기 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안드로이드인데 2013년부터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현재 3기까지 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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