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BIAF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여주인님은 초등학생> 고사카 기타로 감독, "좋은 이야기는 결국 모든 사람들과 접점을 갖는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8-10-31

고사카 기타로는 1979년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루팡 3세> 시리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등 수많은 작품의 원화를 그렸다.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바람이 분다>(2013)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화를 도맡으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른팔로 활약했다. 2003년 첫 연출작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이후 본인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이 없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그가 15년 만에 차기작을 들고 돌아왔다. 동명의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하는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은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번에 고사카 기타로 감독의 손을 거쳐 첫 번째 극장판을 선보였다. 자전거 마니아이기도 한 고사카 기타로가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을 연출했을 땐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차기작으로 아동문학을 고른 건 무척 흥미로운 행보라 할 만하다. 부천을 방문한 고사카 기타로 감독은 내년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이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며 기대 섞인 눈빛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작화감독으로서의 명성에 비해 직접 연출은 자주 맡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어떤 계기로 연출을 결심했나.

=TV판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의 작화를 맡은 게 인연이 됐다. 아동문학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대다수 일본 애니메이션이 청소년들의 연애를 묘사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나’를 중요시하는데, 접객업을 테마로 해서 내가 아닌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극장판 기획이 시작됐고 제안이 와서 망설이지 않고 수락했다.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최초로 초청된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던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세계 3대 자전거 레이스 대회 중 하나인 스페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n ˜a)를 무대로 한다. 감독 자신이 자전거 마니아인 만큼 디테일한 지점까지 놓치지 않고 잘 살렸다는 평을 얻었다. 반면 이번엔 완전 낯선 소재다.

=솔직히 처음엔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동문학도 생소한데 심지어 10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아내가 피곤해할 정도로 이것저것 묻기도 했고 주변 여성들에게 취재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 이해가 어려웠던 건 여자들이 말하는 귀여움에 대한 감각이었다. 겉보기엔 위화감이 없을 만큼 다가갔다고 생각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한창 배웠는데 작품이 끝나고 나서는 도로 다 잊어버렸다. (웃음) 그럼에도 좋은 이야기는 결국 모든 사람들과 접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작 동화 역시 그런 부분이 나를 자극했고 영화에서도 최대한 그런 지점을 확장해나가려 노력했다.

-원작, TV판과 극장판이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오리지널 요소를 충분히 넣고자 했다. 예를 들어 오프닝에서 주인공 옷코는 처음 하나노유 지역에 방문하여 신에게 올리는 춤인 가구라(神樂)를 구경한다. 작품의 말미에는 옷코가 직접 가구라의 주인이 되어 신을 향한 춤을 추게 된다. 바로 이 가구라가 극장판을 위해 특별히 만든 장치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환영을 반복해서 보는 부분도 극장판만의 해석이다. 죽음과 제대로 대면하고 나서야 삶을 긍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추가했다. 다만 감성적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느낌만 살리고 싶었기에 가능한 한 짧게, 대신 여러 차례 등장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부모님을 비롯해 옷코와 함께하는 유령 친구들이 전부 옷코의 환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2006)처럼 환상과 현실이 겹쳐 있는 상태를 그리고 싶었다. 물론 전반적인 톤은 원작처럼 훨씬 밝고 경쾌하다.

-가구라는 이야기가 있는 춤이라고 들었다.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신에게 바치는 무대다. 하나노유 지역의 탄생 설화를 담고 있다. 먼 옛날 늑대와 인간이 다툼을 벌이다 서로 상처를 입었는데 깊은 숲속에서 천연 온천을 발견하고 함께 들어가 상처를 치유했다. 그 온천물을 길어와 마을에 뿌렸더니 온천이 솟아올랐다는 내용이다. ‘누구라도 받아들이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하나노유 온천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 하나노유는 실제 하는 온천이 아니다. 유후인, 아리마 온천 등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옷코의 여관인 하루노야는 교토의 미야마소 료칸을 참고했다. 만약 영화를 보고 온천이 가고 싶어진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영화 속 내용처럼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곳이지만 무척 비싼 장소들이란 것도 미리 밝혀둔다. (웃음)

-본래 방대한 이야기인지라 95분 안에 모두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결말이 가까워질수록 다소 호흡이 빨라지기도 한다.

=아동 관객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애초에 95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포맷에 맞추는 게 중요했다. 이야기는 크게 네 파트로 나뉜다. 옷코가 온천에 와서 첫 손님을 접객하는 파트, 우리보와 미호 등 유령 친구들과 친해지는 파트, 옷코와 마음을 나누는 접객 손님 글로리와 만나는 파트, 마지막으로 옷코의 지난 상처와 연관된 손님을 만나는 파트다. TV판으로 보면 에피소드 구성이지만 극장판에서는 통일감 있게 연결되는 리듬에 신경 썼다. 동시에 옷코의 성장담으로 볼 때 과거, 현재, 미래가 옷코를 둘러싸도록 했다. 시작은 유령들을 통해 현재의 옷코를 그리고, 점술가 글로리를 통해 미래의 옷코를 상상한 뒤 과거의 상처와 조우하는 구성이다. 온천, 가구라, 접객 문화 등 일본 문화의 특색이 다수 녹아 있지만 소녀의 성장담으로 보편적인 감성을 넓히고 싶었다.

-<귀를 기울이면>(1995), <모노노케 히메>(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등 작화감독으로의 명성에 비해 연출을 자주 맡지 않는 게 아쉽다.

=작화를 맡을 땐 작화만 잘하면 되니까 큰 부담이 없다. 내 손이 닿아 납득 가능한 완성품을 내놓는 기분이다. 반면 연출은 모든 분야를 두루 조율하는 작업이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지보다 상대를 납득시켜야 하는 작업인지라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다.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은 일본과 프랑스가 9월에 동시 개봉했는데 프랑스평 중에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닮았다는 지적이 재미있었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과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이 모두 주인공이 낯선 공간에 들어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받아들이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첫 연출은 자전거 경주, 두 번째는 온천의 접객업을 소재로 했으니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도 나의 특징이 묻어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의 속편 격인 <나스 슈트케이스의 철새>는 2007년 OVA로 제작됐다. 예전에 3부작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었는데 세 번째는 언제 나오는지.

=아, 그건 립서비스였다. (웃음) 애초에 3부작 기획은 프로듀서의 바람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미 두편의 연출로 충분히 만족했다. 연출은 너무 힘들다. 작화가 재미있다. 이런 마음 때문에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이후 차기작까지 15년이나 걸려버렸다. 만약 기다리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린다. 이미 여러 기획을 동시에 진행 중이라 다음 작품은 훨씬 일찍 나올 것 같으니 부디 용서해주시길. (웃음)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은 어떤 작품?

일본 고단샤의 아동문학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교통사고로 부모와 이별한 초등학생 옷코는 할머니가 경영하는 여관 하루노야로 이사를 온다. 우연한 계기로 하루노야의 젊은 여주인 수업을 받게 된 옷코는 실수투성이다. 하지만 유령 친구인 우리보, 미호와 함께 씩씩하게 위기를 극복해나가며 상처를 치유하는 온천 여관 하루노야를 찾는 손님들을 정성을 다해 응대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