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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영화와 음악 그리고 통일
주성철 2018-11-02

“내가 고등학생, 대학생일 때 방송가, 영화판, 가요 바닥이라는 단어를 썼다.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채로 규모가 작은 시장이었기 때문에 ‘판’이나 ‘바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다.” 지난 10월 26일, CJ문화재단과 <씨네21>이 함께하는, 미래의 스토리텔러를 육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스토리업’ 특강에서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그처럼 열악했던 과거의 ‘대중문화판’을 회고했다. ‘판’과 ‘계’가 어떻게 다르냐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이후 산업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영화는 물론 음악까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물론 그 둘을 합해도 이제는 게임시장 하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 영화판이나 가요 바닥이 아닌 ‘음악계’와 ‘영화계’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그날 임진모 평론가의 특강 내용 중 흥미로운 대목은, 세대가 완전히 분리된 음악과 달리 ‘손에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를 향한 부러움이었다. 요즘 남녀노소 다 듣는 음악은 없지만, 남녀노소 한 가족 모두 극장에 가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일은 평범한 일상이지 않냐는 것이다. 한 가족이 노래방에 가면 세대간의 격차를 여실히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자식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노래를 부를 때 부모들은 조용히 조용필과 김광석의 노래를 예약한다. 그에 대해 음악은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있는 반면 영화는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다고, 음악계를 향한 부러움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는 영화에 대해 ‘전체 관람가’라는 이름으로 ‘통합’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는 더욱 극단적으로 “이제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공생도 상생도 아닌 ‘기생’을 해서라도 함께 가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음악과 출판 등 종종 다른 업계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며 시작한 대화는 종종 절망적으로 흐르기도 하는데, 매번 결론은 ‘통일’에 다다른다. 결코 비약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중문화산업이 융성하는 법이다. 비록 홍콩은 작지만, 홍콩영화는 방대한 전세계 화교문화권에 배급될 수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처럼 똑같은 영화와 음원을 최대한 널리 유통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갈수록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쓰는 남한 시장이 너무 적다고 느낀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의 전세계적인 인기는 음악이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나 문학도 ‘번역’이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의 장벽’이란 표현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리라. 요즘 같은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더더욱 통일에 대한 갈증은 커진다. 그렇게 ‘영화로 보는 대중음악’ 이야기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까지 나아갔다. 아무튼 세 번째 스토리업 특강은 ‘영화로 보는 환경 문제’로,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함께 11월 30일(금)에 진행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