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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현지에서 먹힐까?> 작업의 정석

tvN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느긋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산둥 지방을 돌며 한국식 중화요리로 푸드트럭을 운영하게 된 이연복 셰프 이하 김강우, 서은수, 허경환 등 출연자들은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손발이 잘 맞으며 장사에 집중한다. 과도한 캐릭터 설정이나 ‘가족적’ 연출 대신 음식 장사의 어려움과 노련한 장사꾼의 대처를 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는 다양한 손님들의 모습에 있다.

친구와 함께 온 중국인 청년은 서은수에게 한눈에 반해 짜장떡볶이를 주문한다. 둘이서 메뉴 하나만 시킨 게 궁상맞아 보일까봐 전전긍긍하다 추가주문도 한 그는 바닥에 떨어진 휴지까지 일일이 줍는다. 그런 친구를 위해 꽃 파는 아이를 찾아 꽃 한 다발을 산 친구는 “우리가 가고 나면 서은수에게 전해달라”고 말한다. 떨려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 청년은 자리를 뜨면서 아이에게 “엄청 예쁘다고 말해줘”라고 당부한다. 그들이 남긴 것은 꽃다발과 휴대폰 번호가 적힌 쪽지 한장뿐이었다. 당연히 청년은 거기서 끝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호감을 표하는 동시에 상대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짜고짜 연락처를 달라고 하거나 불쑥 꽃을 내미는 대신 상대에게 온전히 선택권을 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건넨 것이다. 한국 방송에서 이토록 자연스럽고 배려 깊은 구애를 보는 게 새삼스러워 덩달아 설레면서도 문득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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