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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민트의 세계>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18-11-27

<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펴냄

보안이 철저한 건물 21층 천장에서 교복 입은 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후 전개를 이해하기 위해 기본 설정을 잠깐 이야기하자. 2026년. 첫 번째 배터리가 전주에 나타나고 전 인류가 배터리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초능력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다들 슈퍼히어로가 되리라 예상했지만 대체로 고만고만한 능력들뿐으로, 염동력이나 정신감응력 같은 특정 능력에 쏠린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제 세상은 초능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능력의 배합 여부에 따라 특별한 복합능력자들이 나타났고, 극소수는 독심술사들처럼 네트 속으로 잠입해 그 일부가 되었다. <민트의 세계>는 민트와 민트 갱의 활동을 한편에, 그리고 그들을 추적하는 이들의 수사 과정을 다른 한편에 두고 이야기를 엮어간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자비에 영재학교를 흑화한 버전 같은 LK 특수학교는 가난하거나 보육원 출신의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사회가 ‘용도에 맞게 써먹기 위해’ 키워내는 곳이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서울과 인천 지역이다. 처음 시체가 발견된 지역의 관할서는 영등포경찰서. 등장인물들도 거의 한국인이며, 갱에 합류하는 아이들이 아닌 기관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갱을 구성할 때 어떤 능력자들을 조합할지에 대한 민트의 판단이나 아주 특수한 배터리의 존재와 같은 부분은 인간을 뛰어넘는 특별한 존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지만, 또한 기존 시스템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게 무엇일지 그 여정을 따라가는 일은 근심과 두려움을 낳기도 한다. 사회에서 차별받고 그저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일 뻔했던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그 가능성의 탐구라는 점에서도 <민트의 세계>는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작가의 2013년작 <아직은 신이 아니야>와 설정을 공유한다.

민트에게

처음에 느낀 것은 해방감이었다. 민트는 이제 정신감응 네트워크에 얽혀 뇌가 망가질 염려없이 마음대로 자신의 능력을 쓸 수 있었다. 허약하기 짝이 없는 바깥 사람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손아귀 안에 들어왔다. 박하는 그런 민트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해주었다. 문제는 언제라도 인력관리국 일당에게 박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둘은 인천으로 달아났다.(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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