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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르츠>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기키 기린의 목소리로 이따금 반복되는 이 문구는 영화가 보여주는 삶의 철학을 요약한다.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는 오랫동안 자연과 융화된 삶을 일궈온 주인공들의 삶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아이치현 가스가이시 고조지 뉴타운의 어느 단층 주택에 90살 쓰바타 슈이치와 87살 히데코 부부가 산다. 슈이치는 오랫동안 건축가로 일하며 과거 고조지 뉴타운 개발 계획에 참여했으나 중도에 손을 떼고 슬로 라이프로 선회한다. 아내와 40년째 꾸려온 공간은 슈이치가 펼치고자 한 이상적 건축관이 고스란히 새겨진 소우주다. 정원에서 자라는 120종의 채소와 과일에는 그가 손수 만든 노란 푯말이 여기저기 꽂혀 있다. 이름 아래에는 ‘죽순아 안녕!’, ‘기다려집니다’와 같은 정다운 환영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목마른 작은 새들을 위해 마련한 수반과 배달원을 위한 감사 인사가 적힌 명패 등 자연과 이웃을 향한 배려가 담긴 공간 구석구석을 둘러보노라면 반가운 편지를 받은 듯 마음이 차오른다.

스스로 정한 의식과 규칙을 지켜가는 부부의 모습은 일상을 살찌우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다. 삶의 방식이 획일화되어 대안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에 영화는 더없이 포근한 롤모델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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