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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넷플릭스, 시네마를 위한다는 딜레마
주성철 2018-12-07

이제 더이상 넷플릭스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않는다. 봉준호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것에 대해 프랑스 극장연합의 반발이 있었고, 당시 넷플릭스는 이들 영화가 프랑스에서 일주일 이내 단기 상영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심지어 심사위원장이었던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줄 순 없다”고 대놓고 넷플릭스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을 정도로, 심사위원단 내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하지만 ‘극장개봉’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칸국제영화제와 넷플릭스 사이의 이견은 결국 좁혀지지 못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의 비타협적인 모델은 우리와 정반대에 있다”며 “시네마의 역사와 인터넷의 역사는 별개의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와 별개로 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영화인이나 관객이 셀카를 찍는 행위도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며 금지하기까지 했다. 비슷한 시기, <레디 플레이어 원>을 홍보하던 스티븐 스필버그도 “넷플릭스의 영화들은 TV영화”라며,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 시상식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티에리 프레모가 ‘넷플릭스와의 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누린 것은 단연 베니스국제영화제였다. 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각본상을 수상한 코언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에 이어 폴 그린그래스의 <7월22일>까지 주요 수상작들이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인 것이다. 특히 <로마>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유럽 3대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넷플릭스에 최고상을 안겨준 영화가 됐고, 알폰소 쿠아론은 수상소감을 말하며 자신의 영화에 투자해준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서랜도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영화인 단체들이 넷플릭스 친화적인 베니스를 향해 ‘영화의 마지노선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처럼 ‘영화의 정통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스필버그나 알모도바르와는 견해를 달리하는 또 다른 거장 마틴 스코시즈는, 로버트 드니로와 무려 22년 만에 다시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내년에 찾아온다. 그처럼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번호 특집은 넷플릭스다. <로마> <카우보이의 노래> 등 앞서 언급한 영화들과 함께 이러한 경향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카우보이의 노래>에 대해 김소미 기자가 쓴 것처럼, “애초에 할리우드 영화사에는 시나리오를 보여줄 계획도 없었다. 자금을 대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는 에단 코언의 대답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바로 지금 넷플릭스의 투자가 아니면 만들어지지 못할 영화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화제는 시네마를 위해서 넷플릭스를 배제했다고 말하고, 감독은 시네마를 위해서 넷플릭스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그렇게 모두가 ‘시네마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이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어떤 답을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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