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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때
이다혜 2018-12-24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앤서니 스토 지음 / 글항아리 펴냄

고독과 우울은 흔히 부정적으로 이해되는데, 그 안에 깃든 창조적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책은 이미 꽤 있었다. 앤서니 스토 역시 그런 책을 쓴 적이 있다. <고독의 위로>라고.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는 <고독의 위로>와 연결지어 읽으면 좋을 텐데, 혼자 살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위로>가 친구가 되어준다면, 관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쪽이 좋을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전혀 비슷하지 않은 책들 같아 보이지만, 둘 다 자기 안의 절망을 알고 직시하는 힘을 말한다.

1980년에 나온 이 책은 윈스턴 처칠의 우울증에 대해 분석해 유명해졌다.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에 ‘검은 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친숙하고 오래된,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감정이라는 뜻이리라. 생애의 대부분을 검은 개와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말년의 5년은 몹시 우울했다고 알려져 있다(처칠은 90살까지 살았다). 가장 성공하고 유명했던, 나치즘으로부터 나라를 구했던 영웅조차 다루기 어려웠던 우울증을 가족의 이야기에 더해 그 활약상을 통해 설명한다. 혼자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고, 마음껏 우울해하기에는 언제나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그는 과연 우울증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처칠은 두드러질 정도로 스스로 내적 성향을 거스른 사람이다.” 앤서니 스토는 정신분석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답게, 픽션의 주인공(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주인공 오셀로)부터 소설가의 성격과 세계관(카프카와 프루스트), 그리고 정신분석학의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프로이트와 융)까지 다룬다.

앤서니 스토의 글을 읽는 일은 언제나 그 자체로 즐겁다. 그중 하나는 과학과 예술의 차이점을 언급하는 대목이다. 과학은 시간에 따라 진보해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처럼 가장 위대한 일반화조차 시대에 뒤처지게 된다고 마이어의 말을 인용하면서 덧붙이기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술양식은 변화하지만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진보가 아니고 피카소도 세잔의 진보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다를 뿐이며, 음악과 회화를 배우는 학생은 그들 모두를 배운다. 그런데 과학이든 예술이든 새로운 가설과 새로운 작품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정신활동의 산물로, 여기에는 추상화, 공상, 그리고 개념의 다양한 결합을 이용한 유희가 모두 관여한다.” 대립하는 것들을 결합해서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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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때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