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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킹덤> 특집에 부쳐
주성철 2019-02-08

이번 호 특집의 주인공은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이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주지훈)가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좀비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들은 괴물이라 불리는데, 일단 시즌1을 본 소감은 이렇게 궁금증만 잔뜩 안기고 6회로 종료해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더 구체적으로 쓰기는 곤란한데, 아무튼 모든 캐릭터에게 비밀을 하나씩 심어두고, 좀비 장르 자체에 대한 반전까지 숨겨둔 채 시즌1을 마무리했다.

한 시즌이 20회가 넘는 미국 드라마에 익숙해 있다 보니 나 같은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인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만 해도 회당 평균 제작비가 100억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다른 인기 미국 드라마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제작비가 상승했고 배우들의 인지도와 몸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제 미국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가 100억원 규모라는 사실은 딱히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영화계에서 보통 고예산 영화를 일컫는 표현이 ‘100억원짜리 영화’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한회 제작비 정도인 셈이다. 반면 <킹덤>의 편당 제작비는 20억원 수준이다. 특집 기사의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인터뷰를 보며 여러 궁금증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비와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장르는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가령 지난 호 ‘히든 픽처스’ 인터뷰로 만난 정은경 감독의 <뷰티풀 뱀파이어>(2018)는 뱀파이어가 흡혈하는 대신 정육점에서 선지를 사먹고, 선크림을 바른 채 대낮에도 활보하는 장면이 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렛미인>(2008)과 박찬욱의 <박쥐>(2009)에서 피를 저장해 놨다가 먹는 데서 더 나아간다. 좀비로 넘어오자면, 대니 보일의 <28일 후…>(2002) 이후 뛰어다니기 시작한 좀비들은 아시아로 넘어와 <부산행>(2016)에서 빛과 소리에 민감해지더니, <킹덤>에 이르러서는 마치 뱀파이어와 교배라도 이뤄진 것처럼 빛을 피해 다닌다(물론 이에 대한 반전은 시즌2를 기약해야 한다).

좀비물 팬으로서 <킹덤>을 흥미롭게 즐겼다. 반상의 구분 없이 저고리 입고 금수강산을 누비는 좀비들도 신선하고,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등 이제껏 보아온 현대 좀비물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중요한 장치였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달아날 때와 몸을 피할 때 자동차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였고(좀비물의 조상님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1978년작 <시체들의 새벽>에서는 헬기도 있다), 기름을 넣기 위해 들른 주유소에서도 꼭 사달이 났었다. 좀비물이 아시아로 오고, 과거로 간 것을 넘어 ‘자동차 없는 좀비물’이라는 점에 흥미가 동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킹덤> 시즌2 제작은 확정된 상태로 이제 곧 촬영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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