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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데리 걸스>, 10대 성장물의 즐거움

세상 거의 모든 이야기는 남자의 것이고, 그중에서도 멍청하고 혈기 왕성한 10대의 성장담은 사내아이들의 전유물이다. 식욕과 성욕이 넘쳐나고, 숨 쉬듯 욕설을 내뱉으며, 생각 없이 덜컥 사고를 치고, 무엇보다 ‘예쁘지 않은’ 여자아이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넷플릭스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데리에 있다고 한다.

영화 <블러디 선데이>(2002)로부터 20년이 넘게 흐른 1990년대, 데리의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 등굣길 다리 위에는 폭탄이 놓여 있고, 거리에는 늘 무장한 군인들이 서성이며, 피크닉을 떠난 가족의 차에는 탈주자가 숨어든다. 그러나 16살 에린(시얼샤-모니카 잭슨)과 친구들에겐 그게 문제가 아니다. 매사에 엄격하고 진지하면서도 괴팍한 어른들의 통제하에 살아가느라 돌아버릴 것 같은 소녀 넷,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가톨릭 여학교의 유일한 남학생이 된 잉글랜드 출신의 소년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특별한 무언가를 고대하며 끊임없이 소동을 일으킨다. 이들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처벌실에 갇혔더니 지도 수녀가 갑자기 사망하고, 아르바이트하려다 식당 주인 방에 불을 내고, 성모상의 기적을 보았다고 했다가 한 신부를 환속시켰을 뿐. <데리 걸스> 시즌1은 험한 세상의 걱정 많은 어른들과, ‘찌질이’라는 조롱 앞에 하나 된 아이들을 교차시키며 마무리된다. 크랜베리스의 <Dreams>가 흐르는 동안 이 대책 없이 한심하지만 빛나는 순간이 언젠가 내게도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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