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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고등래퍼3>, 진심과 허세 사이

Mnet <쇼미더머니>의 숨 막히는 허세 대결을 감당하지 못해 채널 돌리기를 수차례, 다시는 랩 경연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인생은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는 신일숙 작가님의 말씀대로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힙합은 넥타이 풀어헤쳐야지”, “우린 다 자퇴했어!”, “힙합, 네가 이해하기엔 살짝 어려워” 따위 근본 없는 맨스플레인에 눈썹 하나 까딱 않고 호방한 웃음으로 좌중을 압도한 이영지와 “너 랩 잘해? 나보다 잘해?”라는 도발에 “네 거 안 들어봐서 모르겠어”라고 쿨하게 응수한 하선호에게 반해 Mnet <고등래퍼3>를 보게 될 줄이야.

‘내가 최고’라는 표정을 애써 유지한 채 서로 견제하면서도 혼자인 것보다는 친구가 생기길 은근히 바라고, 실력자에 대한 동경과 선망을 뜨겁게 드러내는 10대가 32명이나 모인 그림은 어딘가 <짱>이나 <니나잘해> 같은 학원 만화의 인트로처럼 보인다. 멋지게 자퇴 얘길 던졌던 옥가향은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사니 국이 너무 먹고 싶다고 털어놔 갑자기 분위기를 짠하게 만들고, 심상치 않은 인상의 강민수는 사실 아이유‘님’을 너무 좋아해서 헤어스타일을 따라 했다고 고백한다. 무대 위에선 모두가 한껏 무게를 잡지만 그 안에는 웃어넘길 수 없는 진지함이 있고, 겸손할 필요 없는 자리에서 겸손할 마음 없는 여성 래퍼들이 마이크를 잡는다. “뼈해장국이 힙합”인 이유는 아무래도 모르겠지만 허세조차 미소짓게 만드는 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