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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들> 이탈리아 부정부패의 아이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화정 2019-03-06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집 안으로 들어온 한 마리 작은 양. 덜덜 떨던 양은 거실 안, 에어컨 바람의 한기를 견디다 못해 그만 죽고 만다. 양은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 걸까? 파올로 소렌티노는 소리도 못 내고 픽 하고 고꾸라진 양의 시선 끝에 한 인물을 조명한다. 언론 장악, 마피아와 결탁, 탈세, 여성 편력 등 셀 수 없이 많은 악행으로 이탈리아 부정부패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야기다. 파올로 소렌티노는 실존 인물을 소재로 삼아 최소한의 가공으로, 이번에도 가장 영화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비판이 아닌 풍자와 우화의 톤으로 완성한 블랙코미디다. <그때 그들>은 전반부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토니 세르빌로)를 등장시키지 않는다. 우리가 실비오의 존재를 짐작하는 건, 지방에서 권력자들에게 여성을 ‘상납’하는 남자 세르지오 모라(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에 의해서다. 성 상납으로 ‘학교 급식 계약건은 내가 힘써주지’라는 못된 정치가의 확답을 받아내는 부패한 나라. 실비오는 바로 이 부패의 온상을 만든 절대권력자다. 그 메커니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세르지오는 실비오의 눈에 들고자 근접거리인 로마로 이주한다. 섹스 스캔들로 총리직을 사퇴했지만 실비오는 재기를 꿈꾸고 있다.

<그때 그들>은 한 인물의 악행을 단순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다. 차라리 전작 <유스>(2015)에서 보여준 노년에 대한 성찰, 철학이 이 영화에서 실비오와 인물들이 가지는 ‘욕망’ 안에 겹쳐 보인다. 누구든 설득할 수 있는 화술의 달인이자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한 20대 여성에게 “할아버지 입냄새가 난다”는 ‘선고’를 받으며 자신의 욕망을 뛰어넘는, 유한한 삶에 대한 ‘두려움’을 배우게 된다. 외모, 말투 모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철저히 분석해 실현한, 소렌티노의 페르소나인 배우 토니 세르빌로가 이번에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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