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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왕> 낯선 거리와 뜻 밖의 사람
김소미 2019-03-13

영화과 졸업생들이 라오스에서 겪는 기묘한 여정을 담은 <라오스>(2014)에 이후 몇년간 숨고르기해 온 임정환 감독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의 기록을 가져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국경의 왕>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느슨한 은유이자 작은 다짐 같은 영화다. 친구를 만나러 폴란드에 간 유진(김새벽)과 우크라이나에 간 동철(조현철)이 제각기 매우 독특한 에피소드를 겪는다는 것 외에는 영화의 설정을 전혀 모른 채 보는 편을 추천한다. 1부 ‘국경의 왕’은 유진과 동철이 외따로 구상한 두편의 영화를 붙여둔 것 같고, 2부 ‘국경의 왕을 찾아서’는 현실의 인과관계를 보다 세부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의 시선은 <라오스>보다 좀더 나이 들어버린 젊음으로 향한다. 인물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자신의 시나리오에 담으려 하고, 어떤 관계와 가능성의 실패를 예감하면서 고독에 잠긴다. 한편 <국경의 왕>은 서사의 형태로 이해되어야 할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환경에 따라 조금씩 역할과 정체성이 달라지는 인물들, 꽃과 종 같은 상징적인 사물들이 경직되어 있던 눈과 마음을 서서히 흐트러뜨린다. 이처럼 불쑥 솟아나고 다가오는 순간의 수집만으로도 <국경의 왕>은 충분히 아름답고 사색적이다. 여러 이주민의 형태를 등장시키는 디아스포라적 관심사 또한 임정환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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