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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라무 《Thanksgiving》, 너무 일찍 도착했던

기쿠치 모모코는 일본의 80년대를 뒤흔든 아이돌이었다. 특히 그는 80년대 중반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남자들의 우상이 됐다. 청순한 외모, 상냥함과 겸손함, 가창력은 부족하지만 듣기 좋은 음색 등 기쿠치 모모코는 여성 아이돌의 전형이자 그 카테고리에서 왕과 같았다. 최근의 시티팝 열풍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쿠치 모모코의 음악 역시 다시 조명받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다시 소환됐다. 그중에서도 《Adventure》는 앨범이 통째로 시티팝 명작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이같은 평가는 라무의 앨범 《Thanksgiving》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쿠치 모모코가 80년대 후반 들어 돌연 결성한 밴드 라무의 유일한 앨범 말이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Thanksgiving》은 뉴훵크, 신스팝, 일렉트로, 솔 같은 단어를 자잘하게 꺼내게 한다. 라무 자체가 흑인 여성 코러스 두 명과 여러 남성 세션을 대동한 밴드였으니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앨범이 이보다 더 도회적일 수 없는 동시에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음악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감성과 완성도, 둘 다 충만한 도시 음악이었다는 이야기다. 당시 앨범은 괴작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사람들은 기쿠치 모모코의 파격(?)적인 모습에 적응을 못했고 라무의 음악 역시 낯설어했다. 당연히 상업적으로도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이 앨범은 시대를 앞서간 걸출한 작품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