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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연쇄살인마 그린 영화 <황금장갑> 독일 개봉

피해자 인권 무시하고 살인마의 시선에 집중한 문제작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의 신작 <황금장갑>이 2월 말 개봉했다. 이 작품은 올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네편의 독일영화 중 하나로 영화제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잘 만든 문제작이라는 것이 <황금장갑>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다. 이 영화는 용감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여성 감독의 영화들이 두드러졌던 이번 베를린영화제의 기조와 대척점에 자리하는데, 그건 이 작품이 여성 인권을 잔혹하게 유린하는 시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황금장갑>은 1970년대 독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프리츠 홍카의 일대기 중 알코올과 섹스에 취해 살인을 저지르던 시기를 치밀하게 그린 스릴러영화다.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의 시각에서 그려졌다. 이 작품은 피해자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유머가 살아 있다. 끔찍한 고어영화를 방불케 하는, 더럽고 좁은 다락방에서 행해지는 주인공의 거칠고 서툰 사체 처리 방식은 공포스럽지만 어이가 없어 실소를 자아낸다. 영화의 제목인 <황금장갑>은 살인범이 다니던 단골 선술집의 이름이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살인 표적을 골라 꾀어 집으로 데려온다. 살인범이 드나드는 1970년대 함부르크 장크트파울리 선술집 풍경을 구현하며 감독은 의상과 소품의 디테일까지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실업자, 늙은 창부 등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들이 모여 종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때우는 ‘황금장갑’의 풍경은 애처로우면서도 우스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