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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왕> 박진수 프로듀서 -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하자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9-04-01

집 나가면 다 고생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촬영한 <국경의 왕>은 박진수 프로듀서에게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임정환 감독이 사비를 탈탈 털어 마련한 제작비만으로 배우와 스탭 합쳐 열댓명을 데리고 유럽에서 3주에 걸쳐 영화를 찍는다는 건 웬만한 맷집과 능통한 외국어 실력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박 프로듀서가 흔쾌히 참여한 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동기(06학번) 임 감독의 전작 <라오스>를 보면서 우리 같은 젊은 영화인도 해외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았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게 프로듀서로서의 목표”였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영화 제작을 진행한 사례가 전무한 까닭에 박진수 프로듀서의 “최우선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제작진의 안전”이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전체 촬영 분량의 절반씩 촬영했다. 폴란드는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아 제작 진행이 수월”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치안이 다소 불안정해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썼다. 총 2부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1부 내용의 구조만 잡은 채 폴란드로 떠났기 때문에 촬영은 매일 밤 감독, 배우, 촬영감독과 함께 다음날 촬영 계획을 논의해 찍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촬영 하루 전날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상황이 더러 있었다. “다음날 등장인물의 대화 장면을 촬영해야 하니 카페를 섭외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무작정 카페를 찾아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니 도와달라’고 사정하면서 장소를 헌팅했다.”

난이도 높은 해외 프로듀싱 중에도 그는 제작 진행뿐 아니라 세르게이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극중 유진(김새벽)이 폴란드에 갔다가 만나는 정체불명의 불청객 같은 역할이다. 박 프로듀서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 10대 때 할리우드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꿈을 키웠다. 영상원에 입학했다가 자신이 연출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로를 프로듀서로 바꿨다. 현재 그는 스프링클스온탑이라는 회사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공동 제작을 컨설팅하는 일을 한다. 앞으로 공동제작을 잘하는 프로듀서나 제작자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우크라이나 묵주 초트키

“우크라이나에 촬영하러 가서 구한 초트키라는 이름의 묵주다. 그리스정교에서 쓰는 기도용 묵주다.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2007)에서 주인공 비고 모르텐슨이 생각에 잠기거나 소원을 빌 때 꺼내던 것이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2018 <국경의 왕>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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