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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전 재산과도 같았던 노트북을 앗아간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김현수 2019-04-03

<숫호구>(2011), <시발, 놈: 인류의 시작>(2016) 두편으로 가내수공업 저예산 C급 코미디의 새 장을 열어젖혔던 백승기 감독이 돌아왔다. 영준(손이용)은 흠모하는 지나(박지나)에게 잘 보일 궁리를 하다가 엉겁결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지나를 주연배우로 캐스팅하고 시나리오를 궁리한다는 핑계로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커피도 마시며 호사를 누릴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영준은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해 그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하고, 결국 보이스피싱 사기의 원흉인 중국의 사기꾼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영화는 가진 것 얼마 없던 영준의 전 재산과도 같았던 노트북을 앗아간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복수극을 표방한다.

주인공 못지않게 형편이 여의치 못한 이 영화의 제작진은 서울과 중국을 마음껏 오가지 못하고 인천 올 로케이션으로 대륙의 스케일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백승기 감독은 자전적 사기 피해 사연을 담아 진정성 넘쳐나는 영화를 만든다. 전편에서 보여준 정체불명의 에너지보다는 잘 다듬어진 완성도를 보이며, 종종 놀라운 미장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곳곳에 <아저씨> <해바라기> <달콤한 인생> <테이큰> <원티드>를 패러디하며 특히 주성치 감독의 <희극지왕>과 <주성치의 파괴지왕>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 완성한 흔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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