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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빛낸 영화 30편②] <하녀> <쉬리>
이주현 2019-04-10

<씨네21> 창간 24주년,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 스페셜... 한국영화를 빛낸 영화 30편과 그 감독들 이야기

김기영의 <하녀>

개봉 1960년 11월 3일 / 출연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고선애, 안성기

근대와 전근대의 유산이 기이하게 공존했던 한국 사회의 시대상을 이층 양옥집 풍경 안에 그로테스크하게 압축해놓은 걸작. 동식(김진규)은 방직공장 음악부의 잘생긴 음악 선생이자 가정에 충실한 중산층 가장이다. 음악부 활동을 하는 여공 경희(엄앵란)는 피아노 개인 레슨을 받으러 동식의 집을 드나들고, 새로 지은 이층집의 살림을 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동식은 경희에게 하녀(이은심)를 소개받는다. 아내(주증녀)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하녀는 동식을 유혹하고, 곧 하녀의 임신 사실이 드러난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져 직장을 잃을까 두려운 동식과 아내는 하녀에게 낙태를 요구한다.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동식에 대한 집착, 가족들에 대한 복수로 하녀는 이 가족을 망가뜨리려 한다. <하녀>는 과감한 캐릭터와 서사, 대범하고 파격적인 이미지로 넘실대는 영화다. 여공, 하녀, 일하는 아내, 생계형 예술가, 장애가 있는 딸, 철부지 막내아들 등 영화 속 인물들은 고급스러운 피아노와 쥐약이 공존하는 이층집 계단을 부단히 오르내린다. 상반되고 상충되는 것들을 상하좌우의 영화적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또 상징하는 방식은 지금 봐도 충격적으로 세련됐다. 에로틱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장르적 긴장을 유발하는 솜씨도 빼어나다. 이후 김기영 감독이 선보이는 <화녀>(1971), <충녀>(1972)의 토대가 되는 작품이자 그의 예술성이 응축된 영화로,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개원 40주년을 맞아 집계했던 ‘최고의 한국 영화’ 설문조사에서 <오발탄> <바보들의 행진>과 함께 공동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도 주목! <이어도>(1977)_ 이청준의 원작을 김기영식으로 해체한 작품. 이화시가 연기한 <이어도>의 술집 작부 손민자를 빼고 김기영 감독의 여성 캐릭터를 논할 순 없다.

강제규의 <쉬리>

개봉 1999년 2월 13일 / 출연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

21세기가 도래하기 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강제규 감독의 <쉬리>였다. 분단이라는 소재를 남북 첩보전으로 풀어낸 <쉬리>는 이후 등장하는 비슷한 소재의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길을 터준 작품이자, 한국영화 산업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비밀요원 유중원(한석규)과 동료 요원 이장길(송강호)은 북의 특수 8군단 소속 남파 간첩 이방희(박은숙)를 추적 중이다. 두 사람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한 무기 밀매상 임봉주가 저격당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이방희가 활동을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그 과정에서 이방희의 목표가 신소재 액체폭탄 CTX의 확보임을 알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북의 특수 8군단 대장 박무영(최민식) 일행이 CTX를 탈취한다. OP의 기밀이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자 중원과 장길은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확신하고 서로를 의심한다. 한편 중원은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명현(김윤진)과 결혼을 약속하는데, 명현 또한 신분을 속여왔음이 드러난다. 도심 및 축구장 총격 장면과 폭파 장면 등 특수효과 기술을 마음껏 전시하는 액션 신은 당시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였다. 거기에 한석규와 김윤진의 이루어질 수 없는 멜로드라마 장치가 더해져 다양한 관객층을 포섭할 수 있었다.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 등 최고의 배우들을 한데 모은 캐스팅도 화제였다. 해외시장에서도 성공, <쉬리>는 한국 영화산업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 영화도 주목! <태극기 휘날리며>(2004)_ <쉬리> 이후, 당대 한국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과 물량을 쏟아부으며 스펙터클의 장관을 연출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실미도>에 이은 두 번째 천만 영화이자 강제규가 강제규를 뛰어넘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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