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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이다혜 사진 오계옥 2019-04-16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도리스 되리 지음 /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펴냄

<파니 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 등을 연출한 독일의 도리스 되리 감독은 소설가로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그림책과 소설이 여러 권 출간되었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도리스 되리의 대표작인 <파니 핑크>와 설정을 공유하는 단편소설 <오르페오>가 실린 연작 단편집이다. 총 18편이 실려 있다. 도리스 되리의 소설들은 대부분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많은 경우 이성애에 ‘시달린’(달리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성 혹은 여성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일들을 그린다. 소설 속 여자들은 남자의 사랑을 원하고 그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얻지 못한다. 그 좌절한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희망은 헛되고 불행은 구체적이다. 영화 <파니 핑크>로 발전된 <오르페오>의 제목은 오르페오라는 점술가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주인공 안토니아는 조니와 살고 있는데 조니가 월드컵에 빠져 지내자 같은 건물에 있는 오르페오라는 점술가를 찾아간다. 그리고 안토니아는 오르페오에게 사기를 당하는데, 사기는 돈의 문제만일 순 없고 마음의 문제로까지 번진다. <호텔방에 혼자 있는 여자들> <투바 양탄자 전용 세제> 등의 단편들에서 도리스 되리는 좌절하는 여자들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듯한 여자들은 사실 이것이 태양이 아닐 수도 있으며 잘못된 궤도에 올랐을 가능성을 부인한다. 좋은 남자를 알아볼 수 있는 법이 있거나 혹은 자신이 더 낫게 행동하면 상황이 개선되리라 희망하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점술을 믿고 심리분석과 자기치유법에 대한 수상쩍은 책을 읽는다. 이런 상황들을 비통해하지 않는다는 데 도리스 되리의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여자들은 별로인 관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별로인 관계로 옮겨가면서도 새 남자 찾기를 멈추지 못한다. 남자가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일이 이 모든 고뇌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그거 아니야

안토니아는 오르페오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생각했다. 그때가 그리웠다. 그가 많이 아팠을 때를 생각했다. 그때가 좀더 그리웠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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