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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가라! R 등급 히어로 영화들

<헬보이>

4월10일 국내 개봉한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시리즈와는 별개로 제작된 리부트 영화다.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는 특유의 고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돋보였다면 닐 마샬 감독은 고어영화에 가까운 잔임함을 내세웠다. 과감히 R 등급을 선택,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헬보이> 이외에도 근래 <데드풀> 시리즈, <로건> 등 R 등급 히어로 영화들이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제작이 확정된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는 “R 등급으로 제작해달라”는 팬들의 성원도 있었다.(다만 마블 스튜디오의 대표 케빈 파이기는 R 등급으로 제작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확실히 PG-13 등급(13세 이하 부적합)에 비해 과감한 액션 등이 R 등급의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리부트 된 <헬보이> 이전에 등장했던 R 등급 히어로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두운 분위기가 극대화된 작품, 반대로 성인 코미디가 더해진 작품 등 그 사례들을 간략하게 모아봤다. 미국 히어로 영화의 근간이 되는 코믹스 원작을 위주로 선정했다.

<다크맨>

<다크맨>

첫 번째는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삼부작을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의 <다크맨>이다. 1990년 제작된 작품으로 <이블 데드> 등 컬트영화로 입지를 쌓은 샘 레이미 감독의 첫 번째 메이저 영화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샘 레이미 감독은 원래 DC 코믹스의 <배트맨>을 원했지만 이미 팀 버튼 감독이 영화화를 진행, 대신 스스로 히어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주인공 페이튼(리암 니슨)은 악랄한 부동산 개발 업자들에게 습격을 받아 온몸이 불타버린 인물. 그는 신경 세포가 손상돼 감각을 잃지만 아드레날린 과다 분포로 괴력이 발휘되는 히어로로 변모한다.

샘 레이미 감독은 컬트영화로 다진 경험을 살려 페이튼의 모습을 거의 좀비에 가깝게 구현했다. 또한 한순간에 일생이 무너진 페이튼의 절망, 복수심을 처절하게 그려내며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다크맨>은 마블 코믹스가 영화에 기반을 두어 코믹스를 제작한 독특한 사례이기도 하다.

<블레이드> 시리즈

<블레이드>

마블 코믹스의 다크 히어로 ‘블레이드’를 주인공으로 한 <블레이드> 시리즈도 있다. 뱀피이어와 인간의 혼혈 에릭 브룩스(웨슬리 스나입스)가 악한 뱀파이어들을 괴멸시키는 과정을 그렸다. 1편은 스티븐 노링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뱀파이어라는 설정에 걸맞은 섬뜩한 분위기의 호러영화로 연출했다.

반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편은 견자단이 무술감독으로 활약, 액션의 비중이 늘어났다. 1편은 뱀파이어들의 살육이 강조된 R 등급이라면, 2편은 그들을 조각내는 화려한 액션이 강조된 R 등급. 물론 그로테스크한 분장은 두 편 모두 돋보였다. 2004년에는 데이비드 S. 고이어 감독의 <블레이드3>가 역시나 R 등급으로 제작됐지만 산만해진 캐릭터 구성과 억지스러운 전개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퍼니셔> 시리즈

<퍼니셔 2>

또 다른 마블 코믹스의 다크 히어로 ‘퍼니셔’도 R 등급 영화로 제작됐다. 2004년작 <퍼니셔>, 2008년 리부트작 <퍼니셔 2>(국내에는 제목에 2가 붙어 속편처럼 공개됐지만, 원제는 <Punisher: War Zone>으로 별개의 영화다)가 있다. 두 영화 모두 원작에 입각해 주인공 퍼니셔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그려냈다. 범죄 조직으로부터 가족들을 잃은 그는 이후 ‘범죄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입각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범죄자들을 처단한다. 장면만 보자면 누가 빌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이런 그의 과격한 설정 덕에 두 편의 퍼니셔 영화는 모두 R 등급을 부여받았다. 넷플릭스에서 솔로 드라마로 자리 잡은 <퍼니셔>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왓치맨>

<왓치맨>

원작을 충실히 담아내 R 등급을 부여받은 영화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이 있다. 그래픽 노블(만화지만 코믹스에 비해 글이 많고 메시지에 집중한 작품)계의 거장 앨런 무어가 1986년 창조한 <왓치맨>은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세밀한 심리 묘사 등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그래픽 노블 사상 최초로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영문 소설 100’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런 원작을 최대한 살려 영화를 제작했다. CG를 사용해 만화적인 느낌을 강조했으며 암울한 분위기, 캐릭터도 최대한 유사하게 구사했다. 방사능 사고로 초능력을 가지게 된 닥터 맨하탄(빌리 크루덥)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나체로 등장하기도 했다. 원작 구현을 위해서라면 등급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느낌. <왓치맨>은 산만한 편집 등으로 혹평을 받았지만 원작 팬들을 중심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되기도 했다.

<킥 애스> 시리즈

<킥 애스: 영웅의 탄생>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즈를 잇는 ‘B급을 가장한 A급 영화’의 귀재 매튜 본 감독. 그는 R 등급 히어로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2010년 연출한 <킥 애스:영웅의 탄생>(이하 <킥 애스>)가 그 주인공. 소심한 청년 데이브(애런 존슨)이 힛걸(클로이 모레츠)를 만나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다.

<킥 애스>는 대충 만든 코스튬, 어설픈 캐릭터 등을 통해 코믹한 톤을 유지했지만 액션만큼은 제약을 두지 않았다. 몸이 터지고 신체가 절단되는 등 하드코어한 장면이 주가 됐다. 다만 B급 감성에 충실한 과장된 잔임함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표현했다. 코미디와 R 등급을 모두 잡으며 팬들의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1편의 인기에 힘입어 2013년 속편인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이 제작되기도 했으며, 이후 매튜 본 감독은 대표적인 B급 감성 액션 영화 <킹스맨> 시리즈를 연출하기도 했다.

<데드풀> 시리즈

<데드풀>

<킥 애스> 시리즈와 유사한 작품으로는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인생 캐릭터’를 안겨준 <데드풀> 시리즈가 있다. 불사의 몸을 가진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수없이 총에 맞고, 칼에 베인다. 그 과정이 여과 없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R 등급에 부합했다. 그러나 <데드풀> 시리즈의 진짜 강점은 온갖 욕설, 19금 드립이 난무하는 대사. 죽음에 대한 공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데드풀은 그에 걸맞게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쉴 새 없이 농담을 뱉었다. 거기에 관객과 극의 경계를 일컫는 ‘제4의 벽’까지 허물며 신선함을 자아냈다.

<로건>

<로건>

마지막은 <엑스맨> 팬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로건>이다. 2000년 첫 등장한 영화 <엑스맨>은 이후 10개가 넘는 시리즈는 모두 PG-13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을 장식한 <로건>만큼은 잔혹한 액션이 중심이 되는 R 등급을 내걸었다.

가장 큰 이유는 히어로 울버린 아닌, 로건이라는 한 사람의 쇠퇴에 집중했기 때문. 나이가 들어 약해지고 무적에 가까웠던 치유 능력까지 사라져가는 로건(휴 잭맨)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로라(다프네 킨)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잔혹한 R 등급 액션은 그 과정에서 로건이 겪는 처절함을 극대화했다. 휴 잭맨은 17년간 연기했던 울버린의 마지막을 더욱 현실적으로 담기 위해 자진하여 출연료를 삭감, R 등급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 결과 <로건>은 평단과 대중 모두의 호평을 받으며 R 등급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한 영화로 남게 됐다.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지만, 미국 영화 순위 사이트 ‘watch mojo’에서 선정한 ‘R 등급 히어로 영화 Top 10’에는 다른 작품들도 이름을 올렸다.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1987)이 5위를,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저지 드레드>(2012)가 4위에 올랐다. 또한 브랜든 리의 유작으로 유명한 <크로우>(1994)가 3위를 기록했다. 특별한 힘을 얻게 된 주인공이 적들을 무찌른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히어로 영화로 간주된 듯하다. 참고로 2위는 <데드풀>, 1위는 <로건>이 차지했다.

<로보캅>

<저지 드레드>

<크로우>

watch mojo처럼 범위를 좀 더 넓혀보자면 <블레이드> 시리즈처럼 코믹스 속 다크 히어로를 바탕으로 한 <콘스탄틴>, <왓치맨>처럼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브이 포 벤데타>, B급 감성 가득한 제임스 건 감독의 초창기 작품 <수퍼> 등도 있다.

<콘스탄틴>

<브이 포 벤데타>

<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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