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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⑫] <프랑스여자> 김희정 감독 - 꿈, 기억, 무의식 그리고 영화
이주현 사진 박종덕 2019-05-15

<프랑스여자>는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40대 여성 미라(김호정)가 주인공인 영화로, 시공간의 재배치, 기억의 차이를 통해 재미를 선사한다. 신작 <프랑스여자>로 전주를 찾은 김희정 감독은 전작 <설행_눈길을 걷다>(2015)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판타지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이기도 한 김희정 감독을 만났다.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이다. 심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한국영화의 음악 사용이 감상적이고 사운드가 취약하다는 걸 느꼈다. 더불어 창작자로서 무엇이 영화적인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

-<프랑스여자>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인가.

=주변에 외국에서 오랫동안 경계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나 역시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경험이 있는데, 그들을 보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이란 상당히 고단하겠구나 싶더라. 또 다른 측면에서 미라는 일상인과 예술인 사이의 경계에 있다. 영화에서 미라만이 유일하게 예술을 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미라는 예술적 취향을 가졌다. 경계인이면서 고고한 프라이드를 가진 한 인간의 초상에서 시작한 영화다.

-미라를 제외한 인물들이 모두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배우다.

=실제로 과거에 연극을 공부했고 그때의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우디 앨런 감독이 재능은 없는데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예술가 지망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나 역시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미라뿐 아니라 영화감독 캐릭터인 영은(김지영)에게도 감독의 모습이 적극 반영된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그거다.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사람과 선천적으로 비관적인 사람. 촬영 과정에서 뺀 대사인데, “너는 예술을 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낙천적일 수 있어?”라는 미라의 대사가 있다. 미라에겐 별 고민도 없어 보이고 운 좋게 영화를 만드는 것 같은 영은에 대한 질투의 마음이 있다. 한편으로는 영은이 예술가로서 더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런 층위의 얘기가 애초엔 지금보다 더 들어 있었다.

-전작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도 그랬지만 <프랑스여자>에선 더 적극적으로 꿈, 기억, 환상을 서사에 끌어들인다.

=<설행_눈길을 걷다>로 예테보리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관객 중에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보고 마술적 리얼리즘이 떠올랐다고 하더라. 확실히 내가 판타지, 꿈,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기억이라는 테마, 기억의 차이나 오해되는 기억들에 관심이 많다.

-차기작 계획은.

=17살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미래는 빛나는 별이다>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열세살, 수아>(2007) 이후 다시 10대 이야기를 하는 건데, 기성세대로서 늘 젊은 세대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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