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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출간한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 운영자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유라 PD를 만나다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19-06-06

71살에 이런 행복이 나한테 올 줄 알았는감?

김유라 PD와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 (왼쪽부터).

2017년, 할머니와 손녀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구독자가 88만명을 넘기고,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와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요청해서 만남을 가졌다. 비결이 궁금해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김유라 PD가 쓴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읽어보았다. “유라랑 나는 아주 잘 맞는다. 유라랑 나는 전생에 소꿉친구였나 보다.” 평생 여러 일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 식당을 일구며 살아온, 입담이 뛰어난 할머니와 할머니를 잘 아는 손녀는 중요한 것을 알아보고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이하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시작은 이랬다. 할머니 박막례씨는 71살에 병원에 갔다가 치매 위험군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말에, 손녀인 27살 김유라씨는 할머니와 둘이 호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회사도 그만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어떤 생각에 단단히 미쳐 있었다. 우리 불쌍한 할머니,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김유라 PD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만남을 청했다. 조손의 이야기로 시작해, 구글과 유튜브가 고민하는 미래 콘텐츠 전략은 무엇인지까지 들었다(박막례씨의 트레이드마크인 전라도 사투리와 걸쭉한 욕의 말맛을 가능한 한 그대로 살려 옮겼다.-편집자).

-박막례 할머니께 치매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녀인 김유라 PD님이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이 유튜브의 시작이었는데요.

=박막례_ 내가 식당을 허니까 여행을 갈 시간이 없어요. 내 언니가 셋이야. 셋이 다 치매가 왔어. 병원에서 우리 언니 치매 온 걸 아니까, 나보고도 치매를 조심허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며칠 지나서 얘(김유라 PD) 아빠가 이모는 어떠냐고 물어서, 내가, 너네 이모가 문제가 아니고 엄마가 문제라고 하더라 한 거지. 그러고 며칠 있으니까 얘가 나보고 여행 가자고 하더라고요. 얘가 돈을 잘 안 써요. 그래서 니 돈 주고 가냐, 내 돈 주고 가냐 했지. 내 돈 주면 안 갈라고. 그랬더니 지가 데리고 간대. 그러더니 계속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런데 화장실을 가는데 처음으로 카메라발(삼각대)이랑 뭐랑 들어봤는데 엄청 무겁더라고. 성질이 팍 나. 그래서 내가 막 욕을 했지. 미친년아, 놀러왔으면 좋게 놀지 무슨 염병을 하려고 사진만 찍고. 사진 그만 찍고 놀으라고. 그랬더니 얘가, 할머니는 술도 못 마시고 화투도 못 치니까, 할머니 심심하고 잠 안 오면 내가 영상 보내줄게 그거 보라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영상을 올려갖고.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을 처음 봤지.

-가족들이 보려고 영상을 찍는 경우는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영상을 가족이 아닌 사람도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김유라_ 처음에는 카카오톡으로 가족들에게 영상을 보내려니 용량이 커서, 어디에든 올려야 다 같이 볼 수 있겠더라고요.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렸는데, 할머니만 영상을 못 보시는 거예요. 가입을 안 해서. 유튜브는 가입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할머니와 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참이라, 영상을 그냥 올리면 재미없으니까 채널 이름을 ‘박막례 할머니’라고 해놓고, 섬네일도 만들고, 다른 사람들 유튜브 영상을 보니 다들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라고 하기에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자막으로 넣었어요. 가족과 대학 동기들이 구독을 눌러줘서 구독자 40명이 됐을 때 신기하다 생각했고, 100명이 되어서 무섭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메이크업 영상이 올라가고 하루 만에 구독자 18만명이 늘었어요.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영상은 5월 29일 현재 조회수가 257만회를 넘겼다.- 편집자)

-18만명이 하루아침에 구독자가 되면서 생긴 변화도 있을 텐데요.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을 테고요.

박막례_ 얘하고 마트를 갔는데, 학생들이 에레베타에서 나를 보더니 박막례라고 하는 거예요. 심장이 뚝 떨어지는지 알았어. 요즘은 나쁜 사람들이 많잖어. 그 생각이 딱 들더라고. 무섭더라고요. 근디 지금은, 보통이야.

-처음에는 이벤트성이었다가 점점 촬영이 늘고, 직업으로 삼게 되셨잖아요. 처음 촬영할 때와 지금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박막례_ 처음에 찍을 때는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내가 시방 뭐하고 있는 건가 했어요. 그런데 달라진 건 없어. 긴장만 좀 덜한다 뿐이지. 그… 생각은 똑같은 거 같아요. 그때는 속으로 식은땀 막 흘리고 그렸어.

● “나는 여행을 가면 건물보다 사람들하고 사진을 많이 찍는다. 돌아오면 그 사람들을 보면서 추억한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귀해진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은 하나둘 죽어가고, 새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노인은 외로운가봐.”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에서

-두분이 찍으실 때는 사전에 어느 정도까지 준비하시나요?

김유라_ 준비 하나도 안 해요.

박막례_ 준비하라고 하면 나는 다 잊어버려요. 나한테 맽겨놔야 툭툭 튀어나오지.

-두분 호흡이 정말 좋거든요. ‘너무너무 현실적인 카페놀이’ 영상 같은 경우 대본 없이 하시는데 재미있고 현실도 잘 녹아 있어요.

박막례_ 나는 얘가 어렸을 때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해보라고 해서 그냥 했지. ‘이 말 해야 허는데’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말이 생각 안 나서 못하는 거여.

-사전 구성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나중에 편집하실 때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들지 않나요?

김유라_ 제가 편집을 정말 빨리 하는 편인데요. 제가 촬영 때 보고 있잖아요. 할머니가 어떤 말을 하셨는지 어느 정도 아니까요. 쓸 말만 바로 체크하고 한번 쭉 보면서 덜어내면 편집이 외주제작 맡기는 분들보다 빨리 끝나요.

-아이템을 정할 때는 의논을 하시는 편인가요?

김유라_ (웃음) 아무것도.

박막례_ 내가 말했잖아. 대본 있으면 난 모던다고.

김유라_ <씨네21>과의 인터뷰도 오늘 아침에 어디 가는지를 여기 다 와서 말씀드렸어요. 할머니께 너무 과부하된 정보라서 스트레스라고 판단되는 것은 말씀드리지 않아요. 여기가 영화 잡지사고 인터뷰를 하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미리 드리면 긴장하실 수 있으니까, 여기 와서 말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게 훨씬 낫거든요.

-입으시는 옷의 경우는 가지고 계신 것을 쓰시나요?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_ 내가 취미가, 옷 사고 그릇 사는 재미였어. 요즘엔 뭘 찍으러 가면 그걸 다 나를 줘버리더라고. 그래서 그걸 한번 쓱 입고. 이것이(김유라 PD) 와갔고 “할머니 저녁에 어디 가?” “아니” 그러면 느닷없이 카메라를 세우는 거여. “뭐하는 거야?” 이러면 “할머니 저녁에 뭐 먹게?” 그래. “국수 삶아 먹게” 그러면 그걸 찍는 거지. 작정하고 허면 내가 신경쓰니까 못해. 미리 말해주면 신경쓰니까 오히려 못해. 얘는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전혀 하려고 생각도 않아. “내 그거 못할 거 같은데” 그러면 속으로는 서운할렁가 몰러도 “알았어” 그러고 카메라 덮어놓고 두말 안 해. 그런 스트레스를 나한테 안 줘.

-책에 보면, 스위스에서 김치찌개 만드는 영상이 패러글라이딩 영상보다 조회수가 훨씬 많아서 놀랐다고 하셨는데요.(‘71살 막례의 첫 패러글라이딩! in 스위스’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35만7천회, ‘한국 드라마 평가하며 김치찜 해먹기 in 비오는 스위스’ 영상의 조회수는 136만5천회다.-편집자)

김유라_ 패러글라이딩은 정말… 정말 회자가 될 줄 알았거든요. 패러글라이딩하는 노인의 모습을 한국에서는 볼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고. (웃음) 김치찜 같은 경우는 정말 놀랐어요. 유튜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이것도 찍고 저것도 그냥 찍던 때였거든요. 김치찜도 그렇게 그냥 찍어둔 거였는데. 사람들이 할머니의 감동적인 도전, 엄청난 도전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일상의 인간적인 모습을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유튜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도전인데 그 안에서 대단한 일들을 한다는 것은 크게 와닿지 않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콘텐츠 찍는 소재가 많이 바뀌게 됐어요.

-찍으면서 “진짜 재밌다” 하셨던 영상이 있었나요?

박막례_ (단호하게) 그런 건 없어. 재밌고 그런 건 못 느끼겄어요. 그래서 내가 나이 먹어서 그런갑다 생각했어요. 나이 먹어서 좋은 것 봐도 좋은 것 모르고 진짜 맛있는 거 있어도 흥미를 잘 못 느끼겄어요.

김유라_ 할머니, 그거 재밌다고 그랬잖아. 지진빠이(‘최신곡 들리는 대로 부르기’ 영상). 찍으면서 웃겨서 미쳐버리겠다고 그래놓고 이제 와서 재미를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박막례_ 지진빠이는 니들이 하도 웃기니까 저거. (웃기 시작) 아유, 아유. 지진빠이 얘기 하니까 또 웃음 나올러 그래. 누가 막 영어로 하는 걸 알아 맞히라고. 아이고 내가 너무 웃겨가지고. (아직 웃는 중)

김유라_ 1분 전만 해도 웃긴 거 없다고, “나는 늙어서 그런지 감흥이 없어” 그래놓고.

박막례_ 내가 유튜브 한번 보면 다시 안 봐요. 근데 그 지진빠인가는 네번을 봐써야. (웃음) 아이고 너무 웃겨갖고. (폭소)

김유라_ 유튜브랑 똑같아요. 카메라로 찍었으면 이미 하나 나온 거예요. 앞뒤가 달라서…. 어딜 갈 때마다 카메라를 끌 수가 없어요. (웃음)

박막례_ (아직 웃고 있음) 아니 나 너무 우스워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박막례 작가님이 직접 글을 쓰시나요?

박막례_ (정색) 인스타그램 올리는 거슨 잘 해석을 해야 해. 그거 물어보지 마요. 챙피하니까.

-시청자 입장에서 영상으로 보는 박막례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박막례_ 다른 건 생각 안 해. 엄마. 나를 좀 더 갈켜놨으믄, 진짜… 더 뜰텐데, 엄마 왜 날 못 갈켜서…. (눈물) 이러면서 막… 젤루… 항상 그 생각을 해요.

● 박막례 15살. “아부지는 여자가 글을 알면 결혼해서도 집을 나간다며 언니들도 가르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막내니까, 그래서 이름도 막례니까 대들 수도 없었다. 남자 조카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나는 그 방에 땔감을 넣기 위해 한겨울에 산을 탔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에서

-PD님께서는 영상 찍으시면서 평소에 몰랐던 할머니 모습을 알게 되셨을 텐데요.

김유라_ 호기심이 엄청 많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전에는 일하시는 모습만 보니까 어떤 생각을 갖고 사시는지 전혀 알 수 없었거든요. 할머니는 일만 아신다고 생각했어요. 명절에도 당일 딱 하루만 쉬시는 거예요. 왜 더 길게 쉬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그럼 이날 일하는 사람들은 밥을 어디서 먹느냐는 거예요. 너무 미련하다고 생각했어요. 갈비뼈가 끊어졌는데, 못 쉬고 일을 하니까 뼈가 안 붙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런데 영상을 찍으면서 보니 할머니는 노는 걸 좋아하시고 호기심도 많으시더라고요. 나보다 더 젊은 에너지를 갖고 계시는구나, 호기심이 많으시구나, 알게 됐어요.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와의 만남은 예상과 약간 다르게 진행된 듯하더라고요.

김유라_ 처음 예상은 스튜디오까지는 아니어도 정돈된 자리에서 만날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이크도 차고 조명도 하고. 그런데 순다르가 분 단위로 움직이는, 움직이는 게 돈인 사람이라서, 백스테이지에서 급하게 짬을 내 만나게 됐어요. 할머니가 준비한 말을 또 못하고.

-준비하셨던 말은 무엇이었나요?

김유라_ 저희가 항상 받는 질문에 대한 대답 있잖아요. 언니가 세명 있는데, 치매가 와서…. 그걸 순다르가 물어본 거예요. 영상을 찍고 있으니까 일부러 한번 더 물어봐준 거 같은데, “아유 제 위에 언니 세명이 있는데 치매가 와서…” 여기까지 얘기하시고 갑자기, “그런데 나는 핸드폰은 하나도 몰라요” 그러시는 거예요. 핸드폰 얘기 하다가 “나는 네비게이션을 여기 와서 알았어요” 해서 뒤죽박죽이 됐는데 영상이 재미있게 나왔어요. 그게 저희 채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서 이제는 걱정을 하지 않아요.

-책 집필 과정이 궁금합니다. ‘전반전: 막례의 인생’은 유튜브 시작 전까지의 박막례 작가님 인생 이야기가 있고, ‘후반전: 인생, 지금부터야’는 유튜브 시작하고의 이야기가 있는데요. 전반부 구성이 좋더라고요. 나이에 따라 직업 변천사, 인간관계가 정리되었어요.

김유라 PD

김유라_ 영상과 글은 달라서, 남의 인생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저는 할머니가 고생한 이야기를 전부 넣고 싶은데. 왜냐하면 지금 찾아온 행운이 그냥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쓰고 싶었거든요. 우리 할머니를 보면서 마냥 기뻐하고 축하해주지 못하고 질투하거나 미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포인트가, 할머니 인생이 바뀐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거예요. 가부장제하에서 태어난 당신의 할머니도 겪었을 일을 똑같이 겪은 사람이에요. 이 할머니가 잘되어서 다행이라고, 내 또래 친구들이 읽었을 때 그런 기분을 느끼기를 바랐거든요.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일단 할머니의 직업별로 인생을 정리하고, 나이별로 보여줬어요. 사실 영화처럼 구성한 거예요. 흰 자막으로 ‘18살’, ‘19살’ 이렇게 잠깐씩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잖아요. 그래서 할머니 옆에서 같이 뭐 먹으면서 할머니 어렸을 때 기억나는 이미지를, 최면처럼 떠올려 보자며 편하게 들려주시는 걸 적었어요. (웃음) 나는 일어나면 일했던 기억밖에 없다. 그게 몇살 때야? 그때가 16살 땐 거 같아. 그렇게요. 저도 들으면서 기겁하게 되는 사건도 많았어요.

-그간의 삶 전체를 돌아보신 기회도 되었을 텐데요.

박막례_ 내가 젊었을 때 고생한 건 생각하고 싶지가 않해요. 그 생각하면 3시, 4시까지 잠도 못 자고 내가 어떻게 그런 길을 걸었을까 하고. 이 책 쓰면서 빼먹은 것이 많더라고요. 책 쓸라고 나보고 말하라고 하는데 속이 또 확 뒤집어지더라고.

-광고 제안, 오락 프로그램과 인터뷰 제안이 많았을 듯하거든요.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문제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김유라_ 제가 방송연예과 전공이었어요. 방송의 득과 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 할머니 일이 되니까 무조건 나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겁이 나서 안 나갔는데 지금은 “안 나간다”가 확실해졌어요. 이제는 안 하겠다는 중심이 잡혔어요.

-이미 채널을 가지고 계시니 하고 싶은 건 직접 하실 수 있고요.

김유라_ 맞아요. 방송에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해서 그 사람을 만나려고, 아니면 유명해지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덜 유명했던 때도,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었어요. 그래서 방송을 거절할 수 있었던 듯해요. 유튜브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방송은 의도대로 편집이 안 되니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박막례_ 나는 육십 먹을 때까지 병원 한번 안 갔어요. 내 친구가 “너 망치로 때리면 아프냐?”고 했어요. 하도 안 아프니까. 육십다섯부터는 무릎이 조금씩 아프더라고요. 인대가 끊어졌었어요. 근데 그거 수술을 잘못해 아픈 거예요. 지금은 얘가 온갖 영양제, 비타민 사줘서 먹어요. 한약도 먹고. 무릎약 먹고.

● “늙은이가 재밌게 사는 모습 보고 세계 대기업 CEO가 영감을 받는다는디 내가 더 즐겁게 살아줘야지 않겄어? 느그들 좋은 기술 많이많이 만들라고 내가 더 열심히 즐기고 살아볼게!”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에서

-구글, 유튜브에서 ‘박막례 할머니’ 채널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유라_ 유튜브나 구글 플랫폼 사용자가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계가 고령화되어가잖아요. 전 세대가 사용하게 만드는 데 고민이 있는 듯해요. 안 쓰는 사람들의 시장을 만들어야 하니까. 구글I/O(구글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편집자) 가서 보니까 노인들, 장애인들이 편하게 접근하게 만드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더라고요.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가 했던 말이, 외국에도 실버 크리에이터가 많대요. 대체로 같은 실버 세대가 본대요. 할머니 채널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다르죠. 사실 저는 좀 서운했거든요. 저는 네이버 뉴스의 사회, 문화 뉴스 랭킹 1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있지 않았거든요. 왜 이렇게 관심이 없을까.

박막례_ 유튜브에서 회의할 때 영상도 틀었다고 하지 않았냐.

김유라_ 유튜브 CEO가 ‘박막례 할머니’ 채널 영상 틀어놓고 회의도 했대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한국에서는 기사화가 잘 안 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에서 대단한 여자들을 많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해보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박막례_ 그건 몰라.

김유라_ 유튜브 안에서는 그런 계획은 없어요. 그런데 <씨네21>은 영화감독님들이 많이 보시니까, 영화로 할머니 이야기를 제작해주실 분이 계시면…. (웃음) 대본을 써도 이런 이야기 만들기 쉽지 않거든요. 세계적인 IT 거장들이 한국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유튜브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휴먼 감동 코미디영화인데.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다 치면 “나를 연기하려면 이 사람이 좋겠다”는 배우가 있을까요?

박막례_ (한참 침묵) 강부자.

김유라_ 의외의 인물이다. (웃음) 강부자 쌤이 나올 줄이야.

● 내 인생의 영화배우: “ 영화배우? 젤로 좋아했던 사람? (침묵) 드라마 해도 괜찮은 거? 드라마 보면서 권상우허고 최수종이허고가 나오면 그 드라마는 죽기살기로 보거든. 재미가 있든 없든 그 사람들이 나오면. 최수종이 나오면 무조건 재밌어. (어떤 점이 매력적이세요?) 몰러. 난 그 사람들한테 빠졌으니까. ” (박막례)

● ‘박막례 할머니’ 채널 베스트 에피소드 3: “ 첫째는 ‘정해인 매력 거부하기’. 제가 생각해도 제목을 잘 지은 것 같아요. 그다음은 ‘아리가또만 말하는 일본여행 in 돗토리현’ 영상이고요. 세 번째는 수전 워치츠키가 한국에 와서 찍은 영상이에요. ‘미쳤다!!! 진짜 유튜브 CEO가 막례쓰 보러 한국 오다!!’ 그 영상을 위해서 구글코리아에서 ‘박막례 쇼’ 무대를 만드는 등 대대적으로 움직여주셨거든요. 구글코리아 직원들도 CEO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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