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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스> 조수원·조준우·채경선 - 아직 과정 속에 있을 뿐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19-06-06

채경선

조준우

조수원

현실이 불투명함에도 꿈을 향해 도전하고, 멤버 중 한명은 몸이 아픈데도 다음 공연을 위해 병원에서 무대로 달려온다. 도전과 열정, 꿈과 우정은 휴먼 다큐멘터리의 흔한 소재지만, <옹알스>에는 좌절 속에서도 희극을 긷는 과정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옹알스>는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 수상이라는 성공을 손에 쥐었음에도 여전히 공연을 올릴 때마다 경제적 타산을 해야 하는 옹알스가 다음 목표인 라스베이거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개그 무대에는 12년 동안 올랐지만, 영화 개봉은 처음이라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젖힌 것 같다는 옹알스의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을 만났다.

-영화 개봉을 맞아 무대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공연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과 영화 관객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일 것 같다.

=채경선_ 정말 어색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한테 처음 인사를 드리는데 약간 혼란이 오더라. 개그맨들은 방송이나 무대 위에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항상 무슨 애드리브를 해야 하나 고민한다. 영화제에서도 레드카펫을 걷는데 ‘이거, 넘어져서 웃겨야 하나?’ 하고 잠깐 고민했다. 무대인사 할 때에도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지면 ‘웃겨야 하나?’ 싶어진다. (웃음)

=조준우_ 공연은 항상 생방송인데, 영화는 이미 완성된 걸 관객에게 보여주는 거라 다른 떨림이 있더라. 차인표 감독님이 “학력고사 점수 기다리는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우리도 검사 받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는 관객 반응을 보면서 뭘 더 할 수도 있는데, 영화는 우리가 뭘 더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평가를 기다리는 거니까 편하기도 했다.

채경선_ 김치 보내주고 싶다는 관객도 있었다. (웃음) 일반 시사 끝나고 화장실 앞에서 만난 어떤 관객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이 취업준비생인데 영화 보고 배워간다고. 진로와 꿈 사이에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

=조수원_ 라디오 프로그램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의 김혜영 선배가 영화를 다 보고 “수원이 너랑 영화 같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좋다”고 하더라. 이 영화를 찍을 때에는 ‘완성된 영화를 내가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조수원은 혈액암 투병 중이며 그 모습이 영화에도 담겨 있다.-편집자) 지금도 예방약을 먹고 매일 컨디션 관리를 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는데 선배님 말씀을 들으니 뭉클하더라. 그러고는 나를 안아주셨는데, 내가 입은 흰 티셔츠에 립스틱이 묻어서… 집에 가서 좀 곤란했다. (웃음)

-일상이 어떻게 편집되어 영화로 완성될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조준우_ 실제로 1년3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이게 과연 완성은 될지 개봉은 할 수 있을지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불안해서 영화 좀 볼 수 있냐고 차 감독님한테 물어보면 “영화는 스크린으로 처음 봐야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좀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래 ‘인표형’이라고 불렀는데, 개봉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는 사이가 서먹해졌다. (웃음)

채경선_ 실제로 인터뷰에서 다시는 다큐 안 한다고 하셨더라. 촬영 대상의 삶을 계속 들여다보고 편집을 하다보니 사람이 싫어진다고. (웃음) 농담이고, 다들 알다시피 차인표 감독님이 정말 멋진 분이다. 영화는 우리의 지나간 생활들을 있는 그대로 담은 거지만 ‘저때 우리가 저랬구나,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조수원_ 지난해엔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는 말을 듣고 ‘그때까지만 버티자’ 했는데 진짜로 지난 5월 전주에서 영화를 봤을 때 “감사합니다”란 소리밖에 안 나더라. 감독님한테 <기생충>이랑 개봉일이 같다고 들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은 영화랑 같은 날 개봉한다는 것도 영광이다. 같이 영화관에 포스터가 걸릴 거 아닌가. 이 모든 게 나한테는 그냥 무작정 감사한 일이다.

채경선_ <기생충> 포스터 카피가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던데, 우리도 바꿀 걸 그랬다. ‘꿈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로. (웃음)

-옹알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정이 담겼는데, 성공의 서사가 아니다. 어쩌면 멋지게 실패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준우_ 같은 상황이어도 실패라고 느끼면 실패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우리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태양의 서커스>에 팀 오디션이 떠서 거기에도 도전했다. 떨어졌지만. (웃음) 이게 다 과정이고, 우리는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예술의전당 대관도 3년 동안 신청했는데, 떨어질 때마다 “왜 떨어졌냐, 무엇을 보완해야 하느냐”고 물어봐서 끝내 얻어낸 거였다. 한번에 되면 재미없다. 라스베이거스는 계속 가져가야 할 목적이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채경선_ 너무 쉽게 풀리면 불안하다.

조수원_ 우리가 실패의 과정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게 문제란 생각을 안 한다. 어찌 보면 너무 초긍정적인 건데, 맨 처음 진단받았을 때에도 옹알스 멤버들에게 바로 전화해서 “나 혈액암이래. 근데 치료하면 낫는대” 그랬다. 골수이식을 한 후에 바로 재발됐는데, 그때에도 ‘원래 재발할 수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물론 이 인터뷰를 보고 투병하시는 분들이 병을 너무 가볍게 말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나 역시 힘들게 치료받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과정에서 실패가 주어지는 것에 힘들어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또 도전하면 되니까.

-‘좋아하는 일을 좇으라’는 메시지는 흔하지만, 이 영화에는 좋아하는 일을 10년 이상 했는데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과정이 담겨 있어 공감이 되더라.

채경선_ 돈이냐 꿈이냐 하는 고민은 계속 가는 것 같다. 영화도 잘됐으면 좋겠고 이제 대학로에서 공연도 올리는데 예매율이 낮아서 걱정이다. 이건 죽을 때까지 계속할 고민이 아닐까. 오히려 고민을 안하게 되면 불안할 것 같다.

조준우_ 근데 영화를 보고 현재 공연하는 분들이나 에든버러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런 얘길 하더라. ‘목표가 흔들린다’고. 옹알스는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 준비하는 사람들한테는 일종의 좋은 롤모델이다. 에든버러 가서 좋은 리뷰, 높은 점유율, 최고 평점을 받고 상도 탄 옹알스도 저렇게 경제적으로 힘들다더라, 하니까 목적이 흔들려버리는 거다. 우리가 사업적으로 못 풀어냈을 뿐이고, 과정 속에 있는 거니까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수원_ 그 정도의 수상 경력이 있다고 해서 꼭 풍족함이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자기 삶의 다른 것들을 내려놓은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많다. 물론 월세를 내야 하고 휴대폰 요금이 밀리면 불편하다. 우리 영화에서 (최)기섭이가 말한 것처럼 돈이 없는 게 불편하긴 한데 불행한 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해 선택했으면 그걸 믿고 그대로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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