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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픽처스] <사돈의 팔촌> 장현상 감독 - 카메라가 내 몸처럼 움직이는 느낌이다
김정현 사진 백종헌 2019-06-14

12년 만에 다시 만난 태익(장인섭)과 아리(배소은)는 유년 시절 떨리는 감정을 공유했던 옥상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은 12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가 아니라 가족의 갈등으로 12년간 보지 못했던 사촌이다. <사돈의 팔촌>이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이 관계의 평범하지 않은 면에 매달렸다면 오히려 영화는 뻔한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현상 감독은 과거의 기억과 재회하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것에 집중하면서 산뜻하고 솔직하게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처음 어떻게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나.

=처음에는 설레는 사랑의 마음을 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 감정을 그려내기 위해 여러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려봤는데 군대에서 친했던 친구가 친척 여동생이 못 본 새 예뻐졌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그걸 시작으로 내 상황과 가족, 유년 시절에 관한 기억을 연결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자칫 자극적인 방향으로 빠지기 쉬운 소재다. 영화의 톤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모험이라고 생각했고, 불편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가보고 싶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이를 납득할 수 있도록 풀어나가는 것이 큰 과제였다. 이야기의 방향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인물의 심리에 좀더 다가갈지를 고민했고, 그래서 인물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존재하는 인물을 내가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전작인 <네버다이 버터플라이>(2013)에서는 과장된 것을 추구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현실적인 톤을 유지하려고 했다.

-현실적인 톤을 유지하는 와중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물로 가득 찬 옥상이 등장하는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순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태익이 아리가 있는 곳을 느낌만으로 찾아가는 장면에서도 그랬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마법 같은 순간도 담아내고 싶었다.

-옥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물의 이미지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중요하게 활용된다.

=물을 접할 때 무언가가 씻겨나가는 느낌을 떠올렸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필연적으로 물의 이미지가 필요했다는 생각도 든다. 의식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물을 매개로 인물들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씻겨나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다.

-로맨스만큼이나 가족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다. 가족의 모습을 어떻게 담아내고 싶었나.

=일상적으로 보고 겪은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다. 특히 가족들이 모일 때면 아이들의 세계가 따로 생기지 않나. 평범한 대가족의 모습을 포착하면서도 그 내부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고 싶었다.

-배우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배우들과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영화라 대본을 주고 나서는 촬영을 기약 없이 미뤘었다. 그러는 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하면서도 배우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보다는 계속 소통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장인섭 배우는 먼저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점이 좋았다. 배소은 배우는 영화를 이해하고 나서 연기를 시작하는 배우였다. 거의 조연출처럼 참여하면서 소품이나 의상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학교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배우들인데 지금 돌아보니 그런 배우들을 만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연출, 각본, 촬영까지 맡은 영화기도 하다.

=많은 걸 맡아서 한 작업이다보니 실수도 많이 하고 원하는 대로 안 된 것도 많았다. 좋은 건 5% 정도고 나머지 95%는 고통인 작업이었다. (웃음) 그래도 최대한 내 의도대로 작품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영화는 이 작업 방식이 잘 맞았다. 콘티도 없고 대강의 계획이 내 머릿속에만 있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했다. 배우들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 그걸 따라가면서 나도 자유롭게 찍고 싶은 것을 찍는 방식이었다.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될 때면 카메라가 내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독립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주에서 헤이리 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데, 보면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하려고 해도 장소가 많지 않다. 많은 영화가 관객과 만날 적절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헤이리 시네마와 같은 공간들이 더 많이 생기고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독립영화를 극장까지 연결해줄 수 있는 배급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

-차기작이 곧 공개를 앞두고 있다.

=<굴레: 소녀의 눈>이라는 작품인데 호러를 비롯한 여러 장르를 섞은 영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사돈의 팔촌> 이후에 작업한 <커피 느와르: 블랙 브라운>(2017)도 VOD 서비스를 통해 선보인다.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해 아쉽지만 관객과 만나게 되어 기쁘다.

● Review_ 말년 휴가를 나온 태익(장인섭)은 사촌인 아리(배소은)의 편지를 받고 12년 만에 모이는 친척들을 만나러 가족 모임에 나간다. 모임에서 아리와 재회한 태익은 떨리는 감정을 느꼈던 12년 전 기억을 떠올린다. 곧 유학을 떠나는 아리와 아리의 출국날 군대로 돌아가야 하는 태익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다시 확인한다. 사촌간의 사랑이라는 아슬아슬한 소재에서 시작하지만 영화는 첫사랑과 재회한 두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두 인물은 가족이라는 벽 앞에서 비관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며 나아간다.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활력에 주목하는 연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이들의 로맨스를 산뜻한 감각으로 전달해내는 데 성공한다. 서울독립영화제2015에서 ‘열혈스태프상(촬영 부문)을 받았다.

● 추천평_ 김정현 아슬아슬하지만 풋풋한 사랑의 순간들 ★★★☆ / 이화정 묘한 설렘과 끌림의 직접 포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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