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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가 위협적? 별별 이유로 상영 제한 조치된 영화들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지 못한 <이티>, 혹은 영구 상영 금지된 <로미오와 줄리엣> 등등. 이 사실들 앞에 왜냐고 묻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어떻게 해서 유명 영화들에게 이런 가혹한 운명이 생기게 됐을까? 너무 유명해서, 혹은 비평적 찬사를 받은 영화이기 때문에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어떤 이유들은 수긍이 가는 반면, 내막을 살펴봐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사연도 있다. 해외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Taste of Cinema)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다.

이티

​스웨덴 / 11세 미만 관람불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은 스필버그의 영화 <이티>는 스웨덴에서 11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참고로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관람가 제한은 15세다. 대체 왤까? 스웨덴의 어른들은 당시 <이티>가 어른들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했다. 극중 어른들은 어린이와 외계인 이티의 순수한 우정을 가로막는 방해꾼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린이의 적'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스웨덴의 국민들은 플래카드 시위를 통해 "<이티>의 관람 제한을 폐지하라", "어린이 영화의 주인은 어린이다", "우리는 <이티>를 원한다" 등의 메시지로 항의했다. 그러나 스웨덴 영화 최고 검열관 게널 아백은 이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티>의 위협적이고 무서운 분위기가 어린이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많은 어린이들이 앞다퉈 극장을 찾아 나이를 속인 채 영화를 관람했고 <이티>는 크게 흥행했다.

디스트릭트 9

나이지리아 / 제한적 개봉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J.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그리고 닐 블롬캠프의 <디스트릭트 9>은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 사회를 은유한 외부의 존재를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디스트릭트 9>에 묘사된 특정 부분은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 영화에서 한 무리의 나이지리아인들이 무자비한 폭력배들로 묘사됐는데, 때문에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영화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했고 상영 금지를 추진했다.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디스트릭트 9>이 닐 블롬캠프 감독의 '인종차별 반대'라는 의도와는 동떨어진 장면으로 인해 비난받게 된 것이다. 제작사 소니픽처스는 이 논란에 대해 "<디스트릭트 9>은 다른 국가나 인종을 향해 어떤 공격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결국 나이지리아 정부는 제한적 개봉을 허용했지만 이 사건은 영화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았다.

2012

북한 / 상영 금지

북한은 2012년에 지구가 종말 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2012>를 북한 주민들에게 금지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는 고대 마야 문명의 '2012년에 지구는 멸망할 것이다'라는 한 예언이 실현되는 이야기를 보여준 재난, 종말 영화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2012년은 김일성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때문에 북한은 이 해를 기점으로 자국이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 왔다. 따라서 불안과 두려움을 안길 <2012>를 금지했고, 이 영화를 몰래 유통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스탈린이 죽었다!

러시아 / 상영 금지

소련의 절대자 스탈린이 갑작스럽게 죽자,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치가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담은 영리한 블랙코미디. 아만도 이아누치의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는 러시아에서 상영 금지된 영화다. 학살광 스탈린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당시 대중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지한 태도를 가졌다. 당시 러시아인들의 대다수가 독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못한 것이다. 러시아는 스탈린을 향한 영화의 우회적인 조롱을 그린 이 영화가 국민들이 자국에 대한 반감을 키울 것으로 우려한 것 같다. 러시아의 여론은 <스탈린이 죽었다!>에 관한 관람 욕구가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문화부 장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는 "<스탈린이 죽었다!> 영화는 극단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면서 금지를 해제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로미오와 줄리엣

​필리핀 / 영구 상영 금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이유로 상영 금지를 받았다. 줄리엣 역으로 주가를 올린 클레어 데인스는 <브로크다운 팰리스> 영화 촬영 일정으로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지냈다. 그런데 영화 촬영 이후 한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동네마다 바퀴벌레 냄새가 나고 쥐가 널려 있었다. 팔과 다리 그리고 눈이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섬뜩했다"는 발언으로 도시를 묘사했다. 당연하게도 이 발언이 문제가 돼 필리핀 정부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고, 그녀가 출연한 모든 영화가 필리핀에서 영구 상영 금지됐다. 데인즈는 "마닐라 지역에 대한 얘기이지, 필리핀에 대한 태도는 아니다"라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금지 조치는 해제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정부는 클레어 데인스에게 입국 금지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후 데인스의 영화 중 <터미네이터 3>와 <스타더스트>가 필리핀에서 개봉된 적이 있다. 아마 필리핀 측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상황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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