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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④] <내 얘기를 찍어줘> <블라인드 멜로디> <다니엘 이즌 리얼>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 <학교는 끝났다>
이나경 2019-06-19

<내 얘기를 찍어줘> Island

아리 로사, 글렌다 니카시오 / 브라질 / 2018년 / 94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유명 영화감독 엔리끄가 외딴섬으로 납치당한다. 그를 납치한 에머슨이라는 청년은 엔리끄에게 황당한 제안을 한다. 섬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도록 도와달라는 것. 그러지 않으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 거칠고 위험천만해 보이던 납치극은 의외성을 띠며, 결국 영화 속 영화 제작기라는 다소 엉뚱한 전개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엔리끄와 에머슨의 친밀감은 깊어진다. 두 사람 사이에서 촬영을 담당하는 타클은 영화 속 영화를 찍으며 관객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영화 속 언어를 화면으로 옮겨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이르러선, 오랜 기억 속에 묻힌 진실을 밝히는 데 공을 세우는 인물이다. 남미 최대 규모의 리우데자네이루국제영화제에서 지난해 작품상을 받았으며,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블라인드 멜로디> Andhadhun

스리람 라그하반 / 인도 / 2018년 / 139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산다는 건 무엇인가? 그것은 ‘사는 사람’에 달려 있다.” 블랙 화면 속에 등장하는 영화의 첫 번째 메시지에 주목하자. 이어 총을 든 농부가 화면에 나타나 배추밭에서 토끼를 쫓는다. 얼핏 보기에 전체 흐름과 상관없어 보이는 영화의 이 장면 역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리한 방식으로 영화에서 복기될 테니까. 피아니스트인 아카쉬(아유쉬만 커라나)는 시각장애인이다. 공연을 준비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던 어느 날, 거리에서 오토바이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를 계기로 소피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고, 덕분에 소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공연할 기회가 생긴다. 공연을 보러온 가게의 단골이자 배우 파미는 아카쉬의 연주에 반하고, 아내 시미(타부)와의 결혼기념일에 둘만을 위한 공연을 부탁한다. 이후 본의 아니게 살인사건 현장을 방문하게 된 아카쉬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다양한 고난과 엮이게 된다. 스리람 라그하반 감독은 탁월한 솜씨로 <블라인드 멜로디>의 구조와 정서를 구축해간다. 스릴러 장르에 블랙코미디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가며 완급 조절을 해나가는데, 그 과정이 아주 능숙하다. 여기에다 영화 전반에 삽입되는 피아노 연주와 다양한 인도 음악으로 인해 영화의 리듬감은 배가된다. 시각장애인을 연기하는 아유쉬만 커라나와 <라이프 오브 파이>(2012) 외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타부의 연기 또한 인상 깊다.

<다니엘 이즌 리얼> Daniel Isn’t Real

애덤 이집트 모티머 / 미국 / 2019년 / 96분 / 부천 초이스: 장편

부모가 싸우는 모습에 집 밖으로 나온 8살 루크는 총기사고 현장에서 총알이 박힌 채 끔찍하게 죽임당한 이들을 보게 된다. 12년이 흘러 성인이 되었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루크(마일스 로빈스). 결국 그는 과거에 봉인해둔 상상의 친구 다니엘(패트릭 슈워제네거)을 불러낸다. 오랜만에 재회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한 루크와 다니엘. 하지만 상상의 친구는 조금씩 사악한 면모를 드러내며, 루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일상에 깊이 침범하려 든다. 인물의 공포 심리 묘사와 신체 훼손에서부터 오는 시각적인 공포를 적절하게 섞은 작품으로, 영화가 마지막으로 치닫으며 마주하게 될 핀헤드(pinhead) 비주얼에서 <헬레이저> 시리즈를 연상케 될 것이다. 영화의 각본가이기도 한 브라이언 드리우의 소설 <In This Way I Was Saved>를 원작으로 한다. 패트릭 슈워제네거, 마일스 로빈스, 사샤 레인 등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우들을 대거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 Bangla

파임 부이얀 / 이탈리아 / 2019년 / 84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로마 토르피냐타라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아 이민자 2세대 파임 부이얀의 장편 데뷔작.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일부 반영해 각본을 완성했고, 직접 주인공 파임을 연기한다. 로마 내 이슬람 커뮤니티에서 살고 있는 파임은 공연장에서 만난 아시아와 사랑에 빠진다.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는 자신의 삶, 가족과 이웃이 속한 집단 내 종교적 전통과 도덕적 가치관, 동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화 사이에서 파임이 느끼는 갈등과 괴리를 다룬다. 영화는 이 과정을 지나치게 무겁거나 우울하게 그리는 대신 적당한 재치와 유머로 채워나간다. 갤러리 내 보안 요원으로 근무하는 파임은 영화 후반에 이르러 작품 앞에 그어진 안전선을 넘어버린다. 몇 차례 경고 알람 후 경보음이 울린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이에 괘념치 않는다. 영화 전반에서 파임이 보여준 모습과 반대의 행보이다.

<학교는 끝났다> School’s Out

세바스티앙 마르니에 / 프랑스 / 2018년 / 103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영재반 담임이 교실 창밖으로 투신한다. 대체 교사로 반을 맡게 된 피에르 호프만(로랑 라피트)은 비극적인 현장에 있었음에도 지나치게 침착하고 조숙한 여섯 아이에게 눈길이 간다. 그러던 중 서로를 극한으로 몰아가며 가학 행위를 하는 여섯 아이를 목격한다. 거기에다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에 피에르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들이 묻어둔 DVD는 화재, 폭발, 도축, 환경오염, 자연재해 등 종말을 연상시키는 영상 푸티지로 가득 차 있다. 지속해서 걸려오는 발신자 불명의 전화까지 더해지며 피에르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지고, 히스테릭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떼로 모여드는 바퀴벌레, 녹이 슨 듯 오염된 물, 아이들의 환영, 이유 없이 꺼져버리는 전구 등의 이미지를 통해 피에르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크리스토프 듀포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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